“하루 품삯 6달러… 그래도 잘 살 꿈 있다”

세계 여행자들의 짐 짊어지는 히말라야 소년들
KBS1수요기획 ‘소년 포터 로빈’

세계 트레커들이 찾는 네팔 히말라야. 가파른 산세 탓에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는 쓸모가 없다. 여행자들은 홀가분하게 산에 오르기 위해 짐을 들어줄 현지인 포터를 고용한다. 네팔 법은 아이들을 포터로 쓰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집집마다 한 푼이 아쉬운 터여서 10대 초반의 소년들이 짐을 지고 산길을 오른다.

KBS1 수요기획 ‘두 다리로 키워가는 꿈-히말라야의 소년 포터 로빈’(4일 오후 11시 반·사진)은 13세 포터 로빈의 생활과 희망을 담았다.

로빈 가족은 히말라야 산자락에 산다. 낡은 물레방앗간을 고쳐 지은 집에 살지만 로빈은 산사태나 홍수에 집이 쓸려갈까 걱정이 많다. 집지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로빈은 대도시 포카라로 향한다. 포카라는 안나푸르나 트레킹의 출발지. 운이 좋으면 긴 여정에 끼어 목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소년 포터들이 온종일 짐을 지고 받는 돈은 하루 6달러 남짓. 로빈에게 이 돈은 살림 밑천이다.

로빈은 호주 여성 두 명과 좀솜까지 가기로 했다. 왕복 10일이 걸리는 길로 첫 장거리 여행이다. 30kg 무게의 짐을 지고 험한 산길을 걷는 일은 소년 포터에게 쉽지 않다. 좁은 길 맞은편에서 나귀와 함께 오는 장사꾼이라도 만나면 무거운 짐을 인 채 꼼짝 없이 서서 기다린다. 새우잠은 기본이다. 트레킹이 끝나면 포터는 품삯을 받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홀로 산에서 내려오는 닷새 동안 로빈은 스스로 끼니를 챙겨야 한다. 돈을 절약하려고 만두 5개를 아껴 먹는다. 사과도 몇 개 샀지만 닷새를 지고 내려오는 동안 그만 썩어버렸다.

로빈의 우상은 너컬 아저씨다. 그는 일감을 구해 포터를 소집하는 일을 하는 포터들의 ‘대장’이다. 아저씨 덕에 독일인 커플의 패러글라이딩 여행에 합류했다. 로빈의 꿈은 전문 등반대를 이끄는 포터다. 위험한 일이지만 네팔에서 가장 빨리 돈을 벌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로빈에게 가장 귀한 재산은 두 다리다.

로빈은 일이 없을 때는 학교에 열심히 간다. 다 쓴 볼펜을 보물처럼 모아놓고 공부하는 소년은 ‘인생은 산과 같아 누구나 결국엔 스스로 걸어야 한다’는 것을 조금 먼저 알았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