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한 빛의 공간… 음악이 보이는 듯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2009 워멕스 ‘코펜하겐 콘서트홀’
내부 온통 목재로… 완벽한 흡음

장 누벨 씨가 설계한 덴마크 ‘코펜하겐 콘서트홀’의 섬유막 커튼월은 밤마다 짙푸른 원색의 빛을 발한다.(위) 콘크리트 골조를 꼼꼼히 감싼 나무 흡음재는 내부 공간들이 벽체뿐 아니라 소리로도 구별되게 만들었다.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장 누벨 씨가 설계한 덴마크 ‘코펜하겐 콘서트홀’의 섬유막 커튼월은 밤마다 짙푸른 원색의 빛을 발한다.(위) 콘크리트 골조를 꼼꼼히 감싼 나무 흡음재는 내부 공간들이 벽체뿐 아니라 소리로도 구별되게 만들었다.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지난달 31일 폐막한 덴마크 코펜하겐 ‘2009 워멕스(WOMEX·월드뮤직엑스포)’는 “공식 쇼케이스를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공연장에서 연다”고 알렸다. 한국의 퓨전국악그룹 ‘들소리’가 공연한 이곳은 1800석 규모의 메인극장과 2개의 부속극장을 갖춘 ‘코펜하겐 콘서트홀’이다.

설계자는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 씨(64). 건축면적은 2만5000m²다. 무뚝뚝한 모양새의 직육면체 매스는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첫 작품인 프랑스 파리 ‘아랍세계연구소’(1987년)를 닮았다. 금속과 대리석 커튼월이 유리 위에 섬유막을 덧댄 것으로 바뀐 정도가 달라진 점이다.

낮에 보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건물은 어둠이 내린 뒤 화려한 본색을 드러낸다. 짙푸른 원색의 외부 조명이 섬유막 커튼월을 은은한 대형 발광체로 바꿔 놓는 것. 누벨 씨는 “낮의 일상과 확연히 구별되는, 야간의 실내활동을 만들어주는 신비로운 공간을 조성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에펠탑과 신개선문 등 파리 주요 건축물의 ‘빛 디자인’을 맡은 조명디자이너 얀 케르살레 씨가 설계 초기부터 참여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표현대로 이 두 사람은 “북유럽의 황혼과 밤하늘을 잇는 찰나의 청명함을 닮은, 깊고 짙은 푸른 빛”을 만들어냈다. 공연 중에는 이 발광 외벽 스크린에 큼직한 실황 영상이 투사된다.

빛의 장막을 열고 들어간 내부 공간의 모습은 판이하다. 주마감재는 나무. 메인극장은 물론이고 550석, 350석 규모의 부속극장 내부도 온통 나무 흡음재로 뒤덮었다. 극장 내부만이 아니다. 통로와 로비, 계단에도 깔끔하게 표면을 다듬은 노출 콘크리트 사이사이로 대형 나무판자를 붙였다.

나무는 비싼 재료다. 촘촘히 공간을 둘러싼 목재 마감은 2007년 한 해 공사에만 3억 달러(약 3540억 원)가 든 이유를 짐작하게 만든다. 비싼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3개의 공연장과 2층 홀, 바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연이 벌어졌지만 건물 안 어느 공간에서도 ‘원하지 않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3개의 극장 내부 목재는 각각 다른 디자인으로 다듬었다. 메인극장에는 가공하지 않은 나무판자를 벽과 천장 위로 둥둥 떠다니듯 붙여놓았다. 실내악 홀은 검은 판화로, 또 하나의 보조 홀은 붉은 칸막이벽으로 덮어 녹음작업에 사용하게 했다.

누벨 씨는 “건축은 음악과 닮았다.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기쁨을 준다”고 했다. 코펜하겐 콘서트홀은 콘텐츠(음악)와 건물의 경계를 허문 건축물이다.

코펜하겐=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