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모르곤 사회현상 파악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4일 03시 00분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포럼, 1년 강의 묶은 ‘신세계…’ 펴내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포럼 회원들이 연세대 교정에 모였다. 앞줄 왼쪽부터 이정우 김희진 김왕배 송기원 방연상 교수, 뒷줄 왼쪽부터 김응빈 박희준 이삼열 노정녀 조용수 강호정 교수. 사진 제공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포럼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포럼 회원들이 연세대 교정에 모였다. 앞줄 왼쪽부터 이정우 김희진 김왕배 송기원 방연상 교수, 뒷줄 왼쪽부터 김응빈 박희준 이삼열 노정녀 조용수 강호정 교수. 사진 제공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포럼
“한 사회가 질병에 대처하는 방식을 보면 그 사회의 성숙도를 알 수 있죠. 신종 인플루엔자A(H1N1)의 경우 그 과학적 내용을 정확히 알기보다는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좀 아쉽습니다.”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송기원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는 3일 과학기술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과 이해 부족을 이렇게 설명했다.

연세 과학기술과 사회 연구포럼은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연구하는 연세대 교수들의 모임이다. 포럼 회원들이 2008년 시작한 연세대 강좌 ‘과학기술과 사회’의 강의 내용을 정리해 ‘멋진 신세계와 판도라의 상자’(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생명과학, 기후변화, 정보기술 등 여러 과학 분야를 간략히 설명하고 분야별로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문제를 덧붙이는 형식으로 꾸몄다. ‘과학기술 발전과 정부의 역할’ ‘언론의 과학보도’ 등의 주제도 있다.

송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과학기술과 사회’가 독립적인 전공 분야로 인정받아 따로 프로그램이 있을 정도”라며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일반인과 인문·사회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시절 미 정부의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를 보며 과학기술의 사회적 영향력을 느낀 송 교수는 2007년 관심을 같이하는 교수들과 이 포럼을 만들었다.

김도형 사학과 교수, 방연상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김왕배 사회학과 교수, 김희진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조한혜정 문화인류학과 교수 등 인문·사회 계열 학자들과 박희준 정보산업공학과 교수, 김응빈 생물학과 교수 등 이공계 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년에 걸쳐 세미나를 한 뒤 2008년 학부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송 교수는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중요한 이유를 2008년의 광우병 사태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당시는 조류 인플루엔자와 광우병이 거의 동시에 사회 문제가 됐어요. 사실 과학적으로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위험성이 훨씬 컸는데도 광우병 문제가 더 부각되면서 신드롬을 만들어냈죠.”

과학기술과 사회 프로그램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를 교육하는 것 외에도 경제, 행정, 언론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한다. 송 교수는 “예를 들어 미국 하버드대는 정책대학원에 과학기술과 사회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어 졸업생들이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며 “학과 별로 나뉘어 커리큘럼을 짜는 한국의 대학교육 환경에서는 아직 ‘과학기술과 사회’처럼 여러 분야를 포괄하는 학문이 발전하기에 어려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