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프한 성격에 기죽지 않는 당당함까지…
실제생활도 트레이시스러운 주인공들
나름의 전략으로 치열한 오디션 통과
더블캐스팅 부담? 선의의 경쟁 있을뿐
주먹만한 얼굴, 손대면 베일 것 같은 콧날과 턱, 웬만한 남정네 허벅지보다 가는 허리, 길고 가늘면서도 어딘지 육감적인 팔과 다리, 도도하게 치켜 올라간 가슴과 엉덩이 라인.
이런 축복받은 몸을 받거나 만든(!) 사람은 절대 맡을 수 없는 배역이 있으니 바로 뮤지컬 헤어스프레이의 트레이시이다.
헤어스프레이는 1960년대 초반, 뚱뚱하고 못 생겼지만 대책없이 자신감만 충만한 10대 소녀 트레이시가 TV댄스경연대회를 통해 꿈을 이뤄 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1988년 존 워터스 감독이 제작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2002년 뮤지컬이 만들어졌고, 이듬해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8개 부문을 휩쓴 월드 히트작이다.
신시뮤지컬컴퍼니가 만든 한국판 헤어스프레이가 2007년 초연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엔터테이너 박경림이 트레이시 역을 맡아 일찌감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낙 박경림의 지명도가 높아서 그렇지 사실 진짜 트레이시는 따로 꼭꼭 감추어져 있다. 본토 트레이시보다 더 트레이시스러운 주역을 찾기 위해 눈에 핏발을 세웠던 심사위원들의 이마와 무릎을 치게 만든 주인공들이다. 권소현(22)과 김민영(19). 이들이 인터뷰 룸에 들어서는 순간 두 개의 공이 데굴데굴 굴러들어오는 듯한 환상을 보았다.
권소현은 이블데드, 신행진와이키키, 아동극 후크선장과 띠보(첫 주연작품이었다!) 등 뮤지컬 경력이 꽤 있는 편이다. 뷰티풀게임에서의 연기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반면 김민영은 뮤지컬 완전 초짜다. 그의 경력은 영화 ‘킹콩을 들다’에서 괴력소녀 역을 맡은 게 전부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대학교 선후배 사이다. 권소현이 연극, 김민영은 영화를 전공했다. 학교 다닐 때는 몰랐다가 치열한 오디션장에서 우연히 알게 됐다.
“트레이시 지망자들 중에서 나름 수수한 편이었어요. 너무 속 보일까봐 머리에 리본도 좀 작은 걸로 꽂고. 트레이시가 원래 춤을 좋아하는 아이잖아요. 뚱뚱하지만 다른 후보들보다 몸놀림이 가볍게 보이려고 했죠. 심사위원과 눈이 마주치면 꼭 웃었고요.(권)”
“마지막 오디션 지정곡이 ‘굿모닝 볼티모어’였거든요. 어필을 하려고 잠옷을 입고 노래했죠.(김)”
권소현은 어려서 한국무용을 했다. 발레를 배우러 갔는데 어쩐 일인지 선생이 한국무용을 하라고 권했다. 대학 전통연희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매년 여름이면 공연도 한다. 그래서인지 춤 하나는 자신있다.
“엄마가 에어로빅 학원 원장님이셨거든요. 어려서부터 아줌마들 사이에 껴서 만날 에어로빅을 했죠. 엄마 끼를 받은 거 같아요, 하하!(권)”
두 사람은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도 트레이시를 닮았을 것 같다.
“터프하고 걸걸한 편이죠.(권)”
“제가 첫째거든요. 남자처럼 컸어요. 축구, 말뚝박기하고 놀았죠.(김)”
“민영이는 트레이시처럼 당당하죠. 막내지만 절대 기죽지 않는다니까요. 오디션에서도 심사위원, 경쟁자들 속에 있다 보면 아무래도 주눅이 들게 되는데 전혀 쫄지 않더라고요.(권)”
“소현이 언니를 처음 딱 봤을 때 ‘와! 트레이시다’했어요. 오디션장에서 항상 웃고 있었죠. 저러다 턱 안 아플까 싶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 전략이더라고요, 하하! 춤 잘 추는 것도 너무 부러워요. 전 느린 편인데 언니는 한 번 들으면 딱딱 포인트를 잡죠.(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