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 국내 개봉한 저예산영화 ‘원스’에서 애틋한 사랑을 노래했던 듀오 글렌 한사드(39)와 마르케타 이르글로바(21). 그들이 두 번째 앨범으로 돌아왔다.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이라는 팀 이름은 그대로지만 음반의 주제는 사랑에서 ‘이별’로 바뀌었다.
원스의 포스터에서 마주 보며 웃음 짓던 두 사람은 9일 발매한 ‘스트릭트 조이’ 표지에서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 영화 촬영 전후로 연인이 됐던 이들은 이번 앨범을 녹음할 때 이미 헤어진 상태였다. 이르글로바는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그리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는다”며 “지금 우리 관계의 핵심은 음악과 우정”이라고 말했다.
13개 수록곡은 ‘이별 음반’의 성격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이르글로바는 혼자 부른 ‘판타지 맨’에서 “당신은 언제나 나보다 한 발짝 앞에 있었죠. 계속 나아가세요. 당신을 용서할 테니. 양날의 칼끝 위에서 춤추던 두 연인의 이야기는 일상에 묻기로 해요”라고 노래했다. 아일랜드 출신인 한사드는 9월 뉴욕 쇼케이스 무대에서 이번 앨범 타이틀을 따온 아일랜드 시인 제임스 스티븐스의 시 ‘스트릭트 케어, 스트릭트 조이’를 낭독했다. “슬픔을 가눔으로 슬픔을 지워낸다. 슬픈 노래는 읽는 이를 슬프게 만들지 않는다. 슬픔이 시를 통해 아름다움을 얻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은 스웰 시즌의 인기가 꾸준히 이어진 것은 음악의 진정성 덕분이었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1월 17, 18일 열린 스웰 시즌의 첫 내한공연은 회당 2784명으로 올해 10월까지 이곳에서 열린 공연 가운데 가장 많은 관객을 모았다. 첫 앨범의 ‘폴링 슬로리’ 등에서 사랑에 빠진 과정을 노래했던 이 두 사람의 솔직함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노래에서도 변함없다.
한사드는 “이별 후에 함께 노래하는 것은 어둠 속에 파묻힌 채 슬픔과 상실감을 쏟아내는 일과 같았다”며 “하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우울함을 노래하고 난 뒤에 남는 것은, 훗날 다시 들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좋은 음악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