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1945∼2008년 ‘…60년사’ 전시 “생소한 책 많지만 이번 기회에 독파해야죠”
“야, 그래. 한수산의 ‘부초’, 이거 진짜 많이 읽었지.” “그래요? 전 처음 들어보는데.”
도서관 3층 자료실에 마련된 100개의 독서대에 놓인 누런 종이의 손때 묻은 책들. 그 사이사이를 둘러보는 나이 많은 교직원들과 방문객들의 얼굴에는 반가움이 가득했고 어린 학생들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호기심이 교차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성균관대 자연과학캠퍼스 삼성학술정보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1945년부터 2008년까지 베스트셀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베스트셀러 60년사’ 전시다. 교내 학술정보지원팀 산하 자연정보운영팀에서 기획한 이 전시는 성균관대가 추진하고 있는 ‘오거서 운동(한 사람이 살면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의 일환으로 2일부터 13일까지 2주일간 열린다.
삼성학술정보관 소장도서를 중심으로 뽑은 100권의 책은 6개 연도별로 나뉘어 전시됐다. 출판활성준비기에 해당하는 1945년 광복 후부터 1959년까지를 한 시대로 나누고 나머지 시대는 10년 단위로 끊었다. 시대별 베스트셀러 선정은 1998년에 나온 한국리더십센터 이임자 전문교수의 ‘한국출판과 베스트셀러’와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2007년 펴낸 ‘21세기 한국인은 무슨 책을 읽었나’ 등을 따랐다. 이들은 교보문고와 한국출판문화협회 통계를 바탕으로 했다.
베스트셀러 가운데 단연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문학작품이었다. 1950년대 한하운 시인의 ‘보리피리’를 시작으로 1960년 출간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최인훈의 ‘광장’, 1970년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1980년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이르기까지 문학작품은 전체 베스트셀러 100권 가운데 70권을 차지했다. 최근 대학생들에겐 생소한 책도 많았다. 화학공학과 송성화 씨(25)는 “1959년에 나온 홍성유의 ‘비극은 있다’는 처음 들어본 책”이라며 “이번 기회에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말했다.
비문학도서들 가운데도 유명한 책이 많았다. 백범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나 1960년대 세계적 인기를 불러일으킨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 등이 그것. 전시를 기획한 자연정보운영팀의 성동희 계장은 “책별 간단한 해제를 단 배포자료 50부가 하루 만에 동났다”며 “학생들이 과거 그들의 할아버지, 부모, 선배들이 뜻 깊게 읽었던 책들을 둘러볼 기회를 갖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