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기와 박사’ 변호사가 쓴 한중일 와당의 역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유금와당박물관에서 귀면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창종 변호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유금와당박물관에서 귀면와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유창종 변호사.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동아시아 와당문화/유창종 지음/232쪽·2만2000원·미술문화

1979년 충북 충주에서 중원고구려비를 처음 발견한 사람. 이 고구려비는 국보 205호로 지정됐다. 1996년 국보 274호 거북선 별황자총통이 가짜라는 사실을 밝혀낸 사람. 2002년 자신이 수집해온 전통 기와와 벽돌 1800여 점을 흔쾌히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사람. 그리고 지금도 기와를 수집하고 있는 검사 출신의 유창종 변호사(64).

지금은 기와 수집을 넘어 동아시아의 기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물이 최근 출간한 ‘동아시아 와당(瓦當)문화’. 와당(막새)은 기와지붕 끝을 마감하는 기와로, 여기엔 다양한 무늬가 장식되어 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중국 일본의 고대 와당을 정밀하게 비교했다. 한국와 일본 와당의 원류를 추적해 새로운 학설도 내놓았다. 고구려의 연꽃무늬 와당은 북조가 아니라 남조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고구려의 귀면무늬 와당은 독창적 디자인이라는 점 등등.

그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와당은 통일신라 와당.

“서주시대에 시작된 와당이 전국시대에 1차 전성기를, 진나라 한나라 때 2차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그 와당은 통일신라에 이르러 제3의 전성기를 누렸는데, 통일신라 와당의 예술성은 참 대단합니다. 중국 문화를 받아들였지만 중국을 능가한 것이죠.”

유 변호사가 기와 수집을 시작한 것은 청주지검 충주지청 검사로 근무하던 1978년 8월, 충주시 탑평리에서 신라 연꽃무늬 와당을 주우면서. 그는 그 자리에서 연꽃무늬에 매료됐고 이내 기와 수집에 빠져들었다.

그의 기와 컬렉션은 동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의 중국 기와컬렉션은 중국인을 능가한다. 그의 컬렉션만으로도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 기와의 역사를 연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는 현재 법무법인 세종의 베이징사무소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 달에 보름씩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와당을 수집하고 연구한다. 중국 학자와의 교류도 활발하다. 베이징의 중앙미술학원 학장을 설득해 이번 학기부터 한국미술사 강좌를 개설하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지난해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유금와당박물관을 열었다. 이 책의 출간에 맞춰 현재 ‘중국 와당―한일 와당의 원류’ 특별전을 열고 있다. 유 변호사에게 와당은 이제 삶 자체다. 그는 기와를 통해 한국의 역사, 한국의 미술을 만난다.

“한중일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온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와당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의 미술을 이해하려면 와당을 알아야 합니다. 이게 바로 와당의 매력이죠.”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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