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국수전… 조한승의 기풍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7일 03시 00분


○ 조한승 9단 ● 김성룡 9단
본선 16강 6국 총보(1∼233) 덤 6집 반 각 3시간


조한승 9단의 기풍은 치열한 전투와 상대 의도에 반발하는 요즘 바둑계의 흐름과 구별된다. 그는 복잡한 변화보다 간명한 처리를 선호하고 상대를 압박하는 대신 느슨하게 거리를 둔다.

그 바둑을 잘 아는 기사들은 대세를 보는 눈이 밝고 상대 실수를 응징하는 타이밍을 잘 알고 있어 굳이 복잡하게 둘 필요를 못 느끼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런 기풍 탓에 결정적 한 방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늘 정상급 기사로 분류되지만 전 기사가 참여하는 기전에서 우승한 것은 2006년 박카스배밖에 없다.

이 바둑의 승부가 갈린 곳은 좌상귀였다. 김성룡 9단은 흑 43, 63처럼 끝내기에 불과한 수를 두면서 대세를 놓쳤다. 같은 곳에서 두 번이나 비슷한 실수를 한다는 건 프로기사로선 이해하기 어렵다.

조 9단은 백 44, 66으로 흑의 실수를 응징하며 우세를 잡고는 그대로 질주했다.

김 9단이 중앙 백 돌을 노리며 승부수를 던졌으나 조 9단의 유연하고 탄력적인 행마는 흑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았다. 끝내기 팁 하나. 백 182, 184가 맥점. 흑은 참고도 흑 1, 3으로 끊을 수가 없다. 백 4, 6으로 패가 난다. 233수 끝 백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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