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연 메카인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극장 수가 올해 130개를 넘어섰다. 포화상태를 넘어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런데도 꾸준히 새 극장을 지어 자신이 운영하는 극장의 수를 늘려가는 두 남자가 있다. 공연기획사 이다엔터테인먼트의 손상원 대표(38)와 미마지아트센터의 고승길 대표(66)다.
○ “서울선 스태프, 지방선 배우 육성”
손 대표는 동숭동 디마테오 레스토랑 옆 595m²(약 180평) 주차장 용지에 땅 주인인 최성준 씨와 공동투자로 ‘아트원씨어터’(지하 1층, 지상 5층)를 세웠다. 12월 초 개관할 아트원씨어터는 최신 설비를 갖춘 1관(393석) 2관(293석) 3관(211석) 등 3개 극장으로 이뤄졌다. 인기 뮤지컬 ‘아이 러브 유’와 요즘 대학로 최대 흥행작인 ‘웃음의 대학’, 공형진 씨의 브로드웨이 모노드라마 ‘내 남자는 원시인’이 여기서 공연된다.
손 대표는 2007년부터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380석)과 2관(160석)을 운영해 왔다. 이제 극장 수가 다섯으로 늘었다. 배우로 출발해 공연기획자로 잔뼈가 굵은 그가 왜 극장사업에 뛰어들었을까. “좋은 공연을 위해선 좋은 작품뿐 아니라 이를 유통하는 좋은 극장도 중요합니다. 경쟁력 있는 극장을 만들자는 것과, 임대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기획과 제작을 하는 극장을 만들자는 두 가지 생각으로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습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그는 일찌감치 대학로에서 극장 공사 전문가로 통했다. 2002년부터 공사에 참여한 극장만 10곳, 조언을 해준 극장도 20여 곳에 이른다. 쌓고 짓는 것을 좋아한다고 해서 ‘레고대장’이란 별명도 붙었다.
그런 손 대표의 구상은 단지 극장을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5개 극장을 연계한 ‘씨어터그룹 이다’를 세우고, 2단계로 대구 부산 광주 등의 지방공연장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3단계로 서울극장에선 제작스태프를, 지방극장에서 배우를 육성하는 분업화를 통해 양질의 공연을 기획, 제작, 유통할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 중앙대 연극과 교수로 28년 재직
‘소장 극장왕’ 손 대표의 꿈이 사업적이라면 ‘노장 극장왕’ 고승길 대표의 목표는 학구적이다. 고 대표는 이달 초 명륜동1가(오프 대학로)의 495m²(약 150평) 상가건물 2층에 300석 규모의 ‘눈빛극장’을 개관했다. 이윤택 연출의 ‘햄릿’을 개관작으로 공연 중이다.
그는 지난해 9월에도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뒷골목 396m²(약 120평) 터에 지상 5층, 지하 1층의 건물을 인수해 행복한극장(150석), 풀빛극장(120석), 오아시스극장(150석) 등 3개 극장 운영에 들어갔다. 눈빛극장은 그의 4번째 극장이다. 미마지아트센터는 4개 극장을 묶은 이름. 미마지(味摩之)는 612년 일본에 음악극을 전수한 백제인으로, 역사서에 기록된 한국 최초의 연극인이다.
중앙대 연극과 교수로 28년간 지내다 올해 2월 정년퇴직한 고 대표의 최종 목표는 대학로 유일의 연극박물관이자 세계 최초가 될 ‘동양연극박물관’(내년 3월 개관 예정)을 건립하는 것.
“제 전공이 한중일과 인도, 동남아를 아우르는 동양연극입니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선친에게서 물려받은 사재를 털어 수집한 자료가 15개국 관련 단행본 3만 권, 논문 1만 권, 동영상 3000여 점에 이릅니다.”
그 터를 찾다가 대학로 2개 터의 건물을 인수하게 됐고, 동숭동 건물 2, 4, 5층에 박물관을 건립하면서 ‘운영자금도 확보하고 연극인들에게 좋은 무대도 제공하자’는 생각에서 극장 운영에 나서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고 대표도 중앙대 대학극장 개보수와 안성캠퍼스 소극장 건축에 참여하면서 극장 건립 경험을 축적했다.
두 연극 극장왕의 목표는 다르지만 바탕에는 연극에 대한 똑같은 열정이 뜨겁게 흐르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극장 지어본 사람만 그 어려움을 안다”면서 조명과 음향시설에 대한 정보를 나누기 바빴다. 이들은 최근 공연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좋은 극장이 좋은 관객을 끌어 모을 것”이라는 신념을 나누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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