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와 뮤지컬 모두 배우들이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연기도 하고 춤도 추던데요. 두 장르는 어떤 차이를 기준으로 구분하나요?
(정은애·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A: ‘고전적-대중적’ 차이점… 요즘엔 장르 넘나들어
오페라와 뮤지컬은 노래와 춤, 연기가 혼합된 이야기로서 가무악극(歌舞樂劇)이라는 공통점이 있지요. 그러나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차이점을 짚어낼 수 있습니다. ‘노래(歌)’에 중점을 둔다면 가수(혹은 배우)의 창법이 바로크시대에서 고전 낭만시대를 거쳐 온 성악적 창법을 따르는지, 또는 20세기에 발전된 대중적 창법을 따르는지가 중요할 것입니다. 춤(舞)에 중점을 둔다면 가수 또는 배우가 노래에 전념하고 춤은 전문 무용수에게 맡기는지(대부분의 오페라), 아니면 둘을 함께 소화하는지(대개의 뮤지컬)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반주부를 포함한 음악(樂)에 중점을 둘 경우 고전음악이냐 대중음악이냐, 노래와 연주에서 마이크나 전자악기를 사용하느냐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劇)를 놓고 봤을 때는 고전작품이 배경이냐 20세기 이후 작품이냐로 나눌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구분들엔 모두 예외가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이지만 오페라의 창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프랑스 뮤지컬은 가수와 무용수를 뚜렷이 구별합니다. 클래식 작곡가인 레너드 번슈타인이 작곡한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있는가 하면 조지 거슈윈이 작곡한 ‘포기와 베스’는 오페라와 뮤지컬을 넘나듭니다. 오페라도 야외 무대공연에서는 마이크나 전자악기를 쓸 때가 있고 뮤지컬에도 어쿠스틱 반주로만 공연하는 소극장 뮤지컬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음악과 이야기 중 어느 쪽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오페라가 ‘이야기가 있는 음악’인 반면 뮤지컬은 ‘음악이 있는 이야기’라는 폭넓은 해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두 장르가 뒤섞이는 현대적 흐름에 딱 들어맞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16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오페라가 영미권으로 건너오면서 그 대중적 변형으로 19세기 말 뮤지컬이 탄생했다는 역사를 알아둔다면 둘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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