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 가방아, 영영 나타나지 마라”고 기도하던 민수는 억지로 집을 나섰다. 학원 가는 길에 둔치를 터덜터덜 걷다가 그만 큰 돌을 발로 찼다. 돌 밑으로 큰 구멍이 보였다.
“뱀이 산다면 아주 큰 뱀이 살겠는데. 에이 모르겠다, 풀밭에서 한숨 자고 가자.” 민수가 눈을 떴을 때 곁에는 황금빛 털과 뿔을 가진 개 두 마리가 있었다. 개들은 “왜?”, “돼!”라고 짖었다. 민수는 ‘왜?’ ‘돼!’라고 이름 붙인 개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민수가 학원을 빼먹은 걸 알고 엄마는 잔뜩 화가 나 있었다. “민수 이리 좀 와 봐!” 그때 ‘왜?’가 아빠가 아끼는 달항아리 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항아리가 깨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민수는 “왜?”라고 목청껏 소리쳤다. 엄마는 “뭘 잘했다고 말대답이냐”며 더 화를 내더니 “학원 빼먹고 그러면 돼?”라고 물었다. 그때 또 ‘돼!’가 아빠가 유럽 출장 때 사온 접시 쪽으로 가고 있었다. 민수는 “돼!”라고 소리쳤다. 엄마는 머리끝까지 화가 나 민수의 궁둥이를 사정없이 때렸다.
할머니가 방으로 달려와 말렸다. 엄마는 “이 녀석이 잘못했단 소리는 안 하고 꼬박꼬박 말대답하잖아요”라고 할머니에게 말했다. 할머니는 “아무래도 ‘왜?’와 ‘돼!’라는 괴물이 나타난 것 같다”고 말했다.
민수는 ‘왜?’와 ‘돼!’를 큰 고릴라 인형과 함께 까만 비닐봉지에 넣어 내다 버렸다. 그런데 삼촌이 괴물들을 다시 가지고 들어왔다. 삼촌은 “함부로 버리면 괴물이 다른 애들에게 붙어 말썽을 부린다”고 되가져온 이유를 설명했다. 옆에 있던 할머니는 “삼촌도 얼마나 많은 괴물들을 집에 데리고 왔는지 모른다”며 웃었다.
삼촌이 괴물 처리법을 가르쳐 줬다. “길들이면 돼. 그러면 네 마음속으로 쏙 들어와 버리거든. 그럼 있는지 없는지도 몰라.”
민수는 기분이 좋아졌다. 삼촌은 팔을 올려 알통을 만들어 보였다. 민수는 삼촌의 알통에 매달렸다. 삼촌은 민수를 매단 채 한 바퀴 빙 돌았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민수의 가슴으로 안겨 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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