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신승훈(사진)은 여유로워 보였다. 12일 발매한 미니앨범 ‘러브 어클락(Love O'clock)’은 하루 전 핫트랙스 인터파크 등 인터넷 음반사이트 예약판매 집계 1위에 올랐다. 발매일에는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음반매장에 수백 명이 줄을 섰다. 23일 핫트랙스 주간 종합판매 순위는 5위였다. 5위 안에 ‘아이리스’ 등 드라마 OST를 뺀 가요 음반은 2PM 신보와 신승훈뿐이다.
1991년 ‘미소 속에 비친 그대’로 데뷔한 신승훈의 음반은 2006년 10집까지 1500만 장 이상 팔렸다. 화려한 과거에 비하면 최근의 반응은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10대 아이돌그룹만 돋보이는 요즘 대중음악 시장에서 41세 신승훈이 일으킨 바람은 신선하다. 더구나 그는 10집 발표 이후 일본 활동에 치중해 왔다.
“2000년 7집 ‘전설 속의 누군가처럼’을 내놓고 나서 목표를 잃었죠. 안주해 가는 게 두려웠습니다. 고향 대전에서 서울로 왔을 때는 ‘가요톱텐 1등 하자’는 목표가 있었어요. 다음에는 ‘2억 원 벌자’는 목표가 있었고요. 한국어로 부르는 ‘미소 속에 비친 그대’를 듣고 박수 쳐 주는 일본인을 만났을 때…. 신인처럼 가슴이 뛰었습니다.”
그는 1994년 4집 ‘그 후로 오랫동안’을 내놓고 나서 ‘당연히 찾아올 내리막길’을 맞을 준비를 시작했다. 안 내려가려 발버둥치지 않고 활강하듯 내려오고 싶었다.
“공연은 자칫 팬들과 모여 편리하게 자화자찬하는 자리가 될 위험이 있어요. 대중가수가 불특정 다수를 잊고 ‘내 팬’만 찾는 게 옳을까요.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저를 버티게 해준 것 같습니다.”
내년이 데뷔 20년. 12월 18∼20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콘서트를 연다. 내년에 11집을 내야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음악에 대한 대화가 없어진 세상에서 자신의 음악을 어떻게 정리할지,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정하지 못했다.
“나는 아직 길을 모르겠는데 남들이 ‘변하라’고 얘기하니 솔직히 무섭습니다. 이번 미니앨범 프로젝트는 길 찾기를 위한 실험이에요. 지누나 (김)동률이 같은 후배가 칭찬 전화 걸어주니 좋아요. ‘신승훈 음악 같지 않아서 좋다’는 괘씸한 소리를 들었지만요.”(웃음)
그는 ‘외롭지 않으냐’는 질문에 “음악은 어차피 혼자 하는 싸움”이라고 답했다. “그게 아니고, 결혼 계획 없느냐”고 솔직하게 다시 물었다.
“해야죠. 한번 때를 놓치니 힘드네요. 30대 중반에 애틋한 감정 품었던 여자들은 이제 다 결혼했고…. 너무 오래 혼자 살아서 익숙해진 것도 두려워요. 어떡하죠? 주변에 좋은 처자 없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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