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남을 평가하기 좋아한다. 한나라 때의 역사서를 보더라도 인물에 대한 평어인 人評(인평)이 많이 나온다. 이를테면 ‘설문해자’를 엮은 許愼(허신)을 두고 ‘經學無雙許叔重(경학무쌍허숙중)’이라 했다. ‘경학에서 비교할 자가 없는 허숙중’이라는 말이니, 숙중은 허신의 字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子貢 즉 端木賜(단목사)도 남을 평가하길 좋아했다. 이에 대해 ‘논어’의 ‘憲問(헌문)’편에서 공자는 ‘단목사는 어진가보다’라고 그 점을 인정하는 듯 비판하는 듯 말한 뒤, 나는 자신을 닦는 일에 급급해서 남을 평가할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方人의 方은 比較(비교)다. 賜也는 주격이다. 乎哉는 의문의 뜻을 지닌 감탄사다. 夫는 발어사다. 명사 어구 다음의 則은 ‘∼로 말하면’의 뜻을 지닌다. 不暇는 남을 비교할 틈이 없다는 뜻이다.
공자는 자공의 인물 평가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사실 공자는 자공과 함께 제자들을 평가하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자공에게 “너는 顔回(안회)와 비교해 누가 낫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던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자공은 이 물음에 대해, 안회는 聞一知十(문일지십·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침)하지만 자기는 聞一知二(문일지이·하나를 들으면 둘을 깨침)할 뿐이라고 말했다.
인물을 비교하는 일은 窮理(궁리)의 하나로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남에 대한 평가에만 힘을 쏟고 자신을 닦는 일을 소홀히 한다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 그렇기에 공자는 자기 자신을 貶下(폄하)하여 깊이 억제했다. 이 점에 주의하지 않고 남을 부당하게 평가하여 상처를 입힌다면, 그것은 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에 해악을 끼치는 일이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