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보컬 나윤선(40)과 노르웨이 트럼펫 연주자 마티아스 에익(30)의 듀오콘서트, 29일 마포구 서교동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린 기타리스트 박주원(29)의 공연은 모두 스윙(재즈 특유의 리듬감)이 적은 ‘경계의 재즈’를 선보였다. 마일스 데이비스가 강조했던 재즈의 가치인 ‘새로움’을 만끽하기에는 넉넉한 무대. 완성도는 나윤선 쪽이 높았다.
나윤선은 첫 곡 ‘송 오브 노 리그레츠(Song of No Regrets)’를 마친 뒤 “여러 악기를 한꺼번에 연주하는 에익 덕분에 듀오가 아니라 여섯 명 정도의 연주처럼 들릴 것”이라고 파트너를 소개했다. 에익은 솔로곡 ‘쾰른 블루스’를 연주하면서 키보드를 두드리다가 문득 트럼펫을 입에 물더니 다시 콘트라베이스를 퉁겼다. 각 악기 소리가 그의 손을 벗어나서도 끊이지 않고 은은하게 이어지며 풍성한 합주를 이뤘다. 에익이 옆에 놓인 노트북과 키보드로 자신의 연주를 ‘샘플링’해 반복 재생한 것이다.
나윤선도 솔로곡 ‘칼립소 블루스’에서 같은 방법을 사용해 자신의 목소리를 여러 화성으로 하나씩 복제하며 재생하는 ‘혼자만의 중창’을 선보였다. 노래뿐 아니라 갖가지 퍼커션 소리로 풍성한 아카펠라를 만들어내는 솜씨에 환호가 터졌다. 공연장을 찾은 김진영 씨(22·대학생)는 “듀오콘서트라고 해서 두 사람이 내는 소리가 이루는 조화만을 예상했는데 뜻밖에 신선한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박주원의 무대는 홍대 앞 재즈클럽 ‘에반스’가 2007년부터 해마다 열고 있는 기획 재즈공연 ‘에반스데이’의 일부였다. 박주원은 10월 ‘집시의 시간’이라는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낸 기타리스트. 2004년부터 이소라, 윤상, 임재범 등 여러 가수의 음반 작업과 콘서트에 참여한 그는 ‘중고 신인’다운 걸쭉한 입담으로 관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아홉 살 때 삼촌이 ‘클래식기타 사줄까 자전거 사줄까’ 물었을 때 5초도 고민 않고 ‘자전거요!’ 했다가 어머니께 옷걸이로 신나게 두들겨 맞았죠. 오늘 아들 첫 공연 보러 오셨는데…. 어머니가 늘 ‘꼴 보기 싫다’ 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쓴 곡, ‘청춘’ 들려드리겠습니다.”(웃음)
탄탄한 기본기를 토대로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스페니시 스타일 연주를 선보인 박주원은 강한 인상과 긴 여운을 남겼다. 농담을 줄이고 더 많은 곡을 들려줬다면 관객의 몰입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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