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1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요즘 '컨버전스'라는 말 자주 들어보셨을 겁니다. 각 영역의 경계가 무너지고, 여러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합쳐지는 컨버전스는 예술과 과학 분야에서도 발견됩니다.
(김현수 앵커) 카메라 대신 X레이로 사진을 찍고, 나노 입자의 이미지를 작품에 구현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과학을 예술에 끌어들이는 작가들이 늘고 있습니다. 영상뉴스팀 구가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아스라이 지는 4월의 목련과 손에 잡힐 듯한 카라 꽃, 햇살을 머금은 은행잎… 언뜻 보기엔 한 폭의 동양화 같지만, 이 작품들은 모두 최첨단 X레이 촬영기로 찍은 사진입니다. 영상의학박사인 정태섭 교수는 15년 전 X레이로 가족사진을 찍으며, 'X레이 아트'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정태섭 교수 /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처음엔 X레이 가지고 과학영상을 일반인에게 소개하려고 노력했는데… 소개도 어느 정도지 자꾸 하다보니 저 자신도 발전하고, 저 자신에게 숨어있던 예술 감각이 살아나더라고요."
깜깜한 밤, 유난히 빛나는 푸른 숲. 알고 보면 일반 건물에 영사장치로 쏘아올린 이미지입니다. 12월 세 번째 개인전을 여는 사진작가 지호준 씨가 지난 1년 간 골몰한 소재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나노 물질. 그는 카이스트 양자빔 연구실에서 가공해 만든 나노 입자를 사진 이미지로 구현했습니다.
(인터뷰) 지호준 / 사진작가 "나무 모양이라서 처음엔 카이스트에서 나무도 키우나 했는데 알고 보니 화학물질이더라고요. 보는 것이 정확하지 않다면 실재는 무엇인가. 거기에 대한 고민을 이 작업을 통해..."
예 술에 과학을 접목하는 시도가 늘면서 이를 지원하는 창작 워크숍 프로그램도 생겼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진행되고 있는 사비나 미술관의 워크샵 프로젝트에서는 기계공학과 광학, 천문학, 생물학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예술가들이 만났습니다.
사이보그를 주제로 작품을 선보였던 예술가는 나노 과학자 자문을 얻어, 사이보그의 탄생과정에 나노 이론을 더했습니다.
(인터뷰) 왕지원 / 작가 "생명의 탄생과정이 나노가 이뤄지는 과정과 유사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제 작업과 연계시켜서..."
무생물인 기계에 생명을 불어넣고자 한 예술가는 환경 생물학자의 도움을 얻었습니다. 예술가와 과학자 모두 이 특별한 만남을 통해 얻은 게 많습니다.
(인터뷰) 임동열 / 작가 "보여주는 방식이나 접근 방식 자체가 과학적인 근거에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이 분야에 연구하시는 과학자 분이랑 얘기를 해 볼수 있어서 좋았던 거 같아요."
(인터뷰) 원용진 교수 /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완전히 저와 다른 직업을 가진 분들과 만나서... 제 머릿속을 빈 그릇처럼 비워내고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제게는 약간 휴식 같은 요소가 있어요."
최첨단 과학기술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예술의 만남.
이제 과학은 예술에 단순한 기술적인 도움을 주는데서 나아가, 예술의 주요한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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