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호 9단 ● 박정상 9단
본선 16강 8국 2보(26∼37) 덤 6집 반 각 3시간
포석은 정확하게 우열을 계산하거나 수읽기를 통해 명확한 결론을 내기 힘들다. 포석에서 성공하려면 감각과 창의력, 상상력 등 무형의 자산들이 필요하다. 짧은 시간 내 포석 구상을 완성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포석을 준비해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좌하 정석을 마무리 짓지 않고 우하로 달려간 백 28이 포석의 미묘함을 보여준다. 이 9단은 흑 세력을 견제할 겸 백 30으로 두고 싶은데 백 28이 없으면 마치 양복 윗도리만 입고 바지는 입지 않은 것처럼 아래(하변)가 허하다. 그래서 백 28를 먼저 둬 흑 29로 받아달라고 한 것. 흑은 참고도처럼 두면 백의 의도를 거스를 수 있다. 백 2가 아프긴 하지만 흑 9까지 흑 모양의 폭이 넓다. 그런데 박정상 9단은 의외로 순순히 흑 29로 받아준다. 박 9단은 별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백 36까지 되자 하변 백 모양이 웅장하다.
포석에서 밀렸다고 뒤늦게 깨달은 탓일까. 박 9단은 돌연 흑 37의 강수를 들고 나온다. 검토실 기사들도 깜짝 놀란 수. 백 ‘가’로 몰면 흑 37이 축으로 잡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둔 것을 보면 축머리를 활용하겠다는 뜻인 것 같다. 보통 국면의 흐름과 무관한 강수는 성공하기 힘든 법인데 박 9단의 복안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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