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전막후]일본 어머님들의 공연장 습격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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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한류스타 보러 日서 단체원정
한국말 몰라 뜬금없는 박수도

뮤지컬 ‘살인마 잭’을 공연하고 있는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 들어서면 다른 뮤지컬 공연장에서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집니다. 우선 ‘오사카 팬 모리와키’ ‘나고야 팬 오쿠무라’ ‘도쿄 팬 가와쓰라’…. 일본 팬들이 한류스타 안재욱 씨(38)에게 보낸 화환이 즐비합니다. 안 씨는 이 뮤지컬에서 주인공 외과의사 다니엘로 출연합니다.

지난달 13일 개막 공연은 객석 1258석의 80% 이상을 일본 팬들이 ‘조직적’으로 채웠습니다. 뮤지컬 스태프는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모르겠다”고 말했죠. 이후 일주일 동안 매일 평균 450명의 일본 팬이 공연장을 찾았습니다. 일본 팬클럽에서 단체관람을 온 것이죠.

이들 중엔 50대 이상 여성 팬이 많아 공연계에서는 ‘일본 어머님 팬’들이라 부른답니다. 주로 앞쪽 좌석에 나란히 앉고, 여러 회를 한 번에 예매해 일주일쯤 잇따라 관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뜬금없는 장면에 일어서서 박수를 치거나 환호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안 씨가 무척 난감해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안 씨의 일본 공식 홈페이지 ‘포에버 저팬’에는 ‘뮤지컬은 오케스트라, 배우, 관객이 하나가 돼 만들어내는 삶의 무대이므로 이야기와 상관없는 곳에서 박수를 삼가 달라. 특히 안재욱 씨는 진지한 장면에 등장하기 때문에 박수와 성원은 마음으로 해 달라’는 부탁의 글이 적혀 있습니다.

모찌(떡), 사케(술) 등 일본에서 공수해 온 특산품과 명품 선물도 빠지지 않습니다. 제작사인 엠뮤지컬컴퍼니의 홍지현 PD는 “일본 팬의 선물이 한 회 공연에 두세 상자씩 쏟아지기 때문에 모아서 배우에게 전달하는 것도 큰 일”이라며 웃었습니다.

뮤지컬 ‘올슉업’에서 느끼한 청년 테드로 나온 가수 손호영 씨(29)는 “일본 팬들은 5, 6회씩 같은 자리에 앉아 관람하기 때문에 금세 눈에 띈다”면서 “얼굴을 익힌 뒤 로비에서 반갑게 인사하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뮤지컬 ‘젊음의 행진’에 왕경태로 출연했던 가수 이지훈 씨(30)도 일본 어머님 팬들을 몰고 다녔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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