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상 9단은 초반 하변에서 축머리를 구사하는 전략을 폈지만 이창호 9단의 침착한 대응에 수포로 돌아갔다. 더구나 국면의 형태가 단순해져 꼬투리를 잡을 곳이 마땅치 않다. 이제 흑은 어떻게든 판을 복잡하게 만들어야 한다.
박 9단은 백이 참고도 1처럼 중앙 두 점을 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면 흑 4로 모양을 잡고 중앙 백을 공격하려는 것. 그 과정에서 하변 백 집을 자연스럽게 삭감하는 수순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잠시 뜸을 들이던 이 9단은 아낌없이 백 두 점을 버린다. 백 54, 56으로 하변을 키우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그 계산은 정확했다. 백 58까지 생긴 하변 집이 50집으로 일당백이다. 전체 흑 집과 얼추 비슷하다.
흑으로선 하변 백 집을 최대한 깨야 한다. 흑 63의 ‘날일’자 행마로 들어간 것이 박 9단이 고심 끝에 내린 선택. 평범하게 한 칸 뛰거나 마늘모로 삭감하면 백 진으로 깊게 들어가지 못한다.
백의 입장에서 흑 63은 도발이나 마찬가지. 뒤로 받아줄 순 없다. 백 64, 66으로 끊어 본격적인 응징에 나선다. 흑 63 한 점이 살아날 길이 없어 보이는데 박 9단은 무엇을 노리고 있을까. 두 기사가 흑 한 점을 둘러싸고 수읽기 대결을 펼치기 직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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