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 머리에 자란 잠자리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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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5일 01시 00분


▲또 다른 기억 160X160 oil,charcoal,pencil on canvas 2009
▲또 다른 기억 160X160 oil,charcoal,pencil on canvas 2009
○정경희 개인전 ‘그리고 자라다’ (draw & grow)

사슴 머리에 잠자리 날개가 자란다. 실타래처럼 얽힌 잠자리 날개는 나비를 닮았다. 사슴 뿔에 잎이 무성하다. 자유롭게 뻗은 선과 잎의 무성함은 무엇일까?

서울 종로구 낙원동 ‘갤러리 갈라’에서 9일부터 열리는 정경희 씨의 ‘그리고 자라다 (draw & grow)’개인전 풍경이다.

작가는 과거의 기억을 선과 번짐으로 시각화했다. 기억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한다. 어제의 기억이 오늘 다시 그려지고 내일은 또 다른 모습을 할 것이다. 작가는 기억의 변화를 ‘기억을 그린다’, ‘기억이 자란다’고 표현했다.

○기억의 상상력

연필, 목탄 오일스틱과 같은 드로잉 재료들 사용한 ‘선’과 ‘번짐’은 기억의 변화무쌍함을 이미지로 보여준다.

잠자리 날개는 쉽게 부서질 것 같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혈맥처럼 뻗어나간다. 그리고 날개짓을 한다. 기억의 상상력이다.

기억은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작은 틈새로 새어 나온 기억이 가지를 뻗어 또 다른 기억의 덩어리를 만든다. 작가는 이런 기억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미술 평론가 고충환 씨는 작가의 작업을 “기억을 만든 것은 필연이지만, 기억이 만드는 형상은 우연”이라며 “잠자리의 날개의 망구조는 기억의 속성을 떠올려 준다”고 설명했다. 또 “사람들은 머릿속에 저마다의 나무를 키우고, 사슴의 머리위로 자란 나무는 생각의 나무, 기억의 나무, 존재의 나무를 상징한다”고 했다.

전시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낙원동 갤러리 갈라(02-725-4250).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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