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적 시각에 왜곡됐던 한국 근현대 역사관을 바로잡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고 김일영 성균관대 교수(사진)의 글을 되새기기 위해 동료 교수들이 뜻을 모았다. 중도 우파를 견지했던 고인은 생전에 제헌국회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실증적으로 연구한 학자로 인정받았으나 지난달 22일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학계를 안타깝게 했다.
강규형 명지대 교수(역사학)와 이철우 연세대 교수(법학) 등 학자 10여 명은 조만간 김일영 추모 선집 발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강 교수는 8일 “김 교수는 정치학자로는 드물게 사료에 직접 접근하는 성실함과 상반된 주장을 펴는 상대방도 수긍할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치밀한 논리를 갖춘 학자였다”며 “그의 학자로서의 면모를 안타까워하는 동료 교수들이 모여 추모 선집을 꾸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고인이 생전에 가장 좋아했던 시(함석헌의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도 소개했다. ‘만리길 나서는 날/처자를 내맡기며/맘 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선집 발간위원회는 김 교수의 학술논문을 모은 책 2권과 칼럼집 1권, 번역서 2권을 비롯해 타계하기 전까지 개정판 작업에 몰두한 것으로 알려진 ‘건국과 부국(2004년)’을 내년 상반기에 재발간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한 해에 2, 3편도 쓰기 힘든 인문사회학 분야에서 지난해에만 12편의 논문을 쓸 정도로 활발한 학술활동을 펼쳐 젊은 학자임에도 학술논문집을 꾸리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고 한다. 김 교수는 ‘한국현대사의 허구와 진실(2005년)’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2008년)’ 저술에 참여했고, 좌파 위주의 역사적 담론을 반박하는 ‘해방전후사의 재인식(2006년)’ 편집위원을 맡아 현대사를 바로 세우는 데 앞장서 왔다. 특히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바로잡는 교과서포럼의 활동에 특별히 애착을 보였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대표작 ‘건국과 부국’은 1945년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부터 1970년대 박정희 정권까지를 비교사적 시각으로 연구해 현대사를 사실적이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는 생전에 대한민국의 보수세력이 더 전문적인 지식과 이론을 갖추기를 소망했다고 지인들은 전했다. 이런 맥락에서 김 교수는 2008년 11월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한국미래학회가 주최한 ‘한국의 이념 논쟁’ 연속기획 심포지엄에서 ‘한국 보수에게 미래는 있는가’라는 논문을 통해 뉴라이트의 공과를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한국 보수가 이명박 정부 5년을 넘어서 지속 가능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뉴라이트를 벗어나 프로그램을 지닌 전문적 보수로 업그레이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인인 조인진 총신대 교수는 “고인의 노트북 PC를 살펴보니 논문은 물론이고 동료나 가족들과 주고받은 e메일도 꼼꼼히 정리돼 있었다”며 “선집 발간에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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