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미디어렙 ‘1공영 다민영’ 허용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12일 03시 00분


“공-민영 구분않고 허가… 광고 교차영업 가능하게” 의견
문방위 다수 “1공영 1민영 지지”… 법안 반영 불투명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상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견을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여당인 한나라당을 비롯해 국회 문방위의 상당수 의원이 ‘1공영 1민영’을 지지하고 있어 이 의견이 법안에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

방통위 의견은 공·민영 미디어렙을 구분하지 않고 미디어렙의 개수를 방통위가 광고시장 상황에 따라 허가해 주겠다는 것이다. 방통위 정한근 방송정책기획관은 이 방침에 대해 “1공영 1민영이 될 수도, 1공영 다민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렙을 공·민영으로 나누지 않겠다는 취지는 공영방송 KBS가 민영미디어렙을 통해서도 광고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방통위는 공영방송인 KBS MBC를 공영미디어렙으로 묶을 경우 지상파 광고의 70% 이상을 대행하게 돼 경쟁이 제한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계에선 방통위 의견에 따르면 MBC SBS가 민영미디어렙 설립을 신청할 경우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1공영 다민영(1사 1렙)으로 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통위는 또 미디어렙 1인 소유 지분 제한을 51% 미만으로 하는 것은 너무 높다며 낮출 것을 제안했다.

국회 문방위는 방통위 안을 포함해 한나라당 한선교 진성호, 자유선진당 김창수,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이 낸 법안, 민주당 전병헌 의원이 다음 주 초 내놓을 법안과 함께 검토하며 18일 공청회를 연 뒤 최종 법안을 만들 예정이다.

한 의원 안은 전형적인 ‘1공영 다민영’으로 각 방송사가 미디어렙을 별도로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진 의원과 김 의원 법안은 ‘1공영 1민영’을 기반으로 KBS MBC를 공영미디어렙에 위탁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들은 경쟁체제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완전경쟁 도입 시 지역·종교방송이나 타 매체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제한경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등도 1공영 1민영을 지지하는 등 다수 의원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용경 의원 안도 제한 경쟁의 틀 내에서 교차 판매를 허용하자는 안이다. 민주당은 처음에는 1공영 1민영과 1인 지분을 10% 미만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준비했으나 최근엔 ‘1공영 다민영’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야당인 민주당의 방안이 방통위의 의견에 부합하는 셈이다. 국회 안팎에선 민주당의 선회에 대해 1공영 다민영 도입에 힘쓰는 MBC를 봐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다른 매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에 ‘1공영 1민영’으로 3년 정도 운영한 뒤 완전 경쟁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