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의 관심사와 고민은 어떤 것일까. 성장소설 형식을 탈피한 소설가 김종광 씨의 ‘착한 대화’는 어떤 청소년 소설보다 그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청소년이 바라보는 타율과 자율, 애국심, 정치 현실부터 일탈, 대입 문제, 학원 폭력, 자살, 대중문화, 흡연, 성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루고 있는 주제가 광범위하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이들에겐 당면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작가는 두 청소년이 각각의 주제들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독특한 형식으로 소설을 구성했다. 마치 청소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어른들을 위한 보고서 같기도 하다.
학교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타율과 자율 사이’는 학생회장과 학교 자율화를 요구하는 학생 간의 논쟁을 다뤘다. 진정한 자율은 가능한가, 문화대혁명, 68혁명, 4·19혁명 등을 예로 들면서 청소년의 사회 참여와 대중운동의 가능성 등에 관해 대화한다.
‘피울까 부러뜨릴까’는 흡연 문제를 다루고 있다. 연인 사이인 두 등장인물 중 여학생은 흡연자다. 남학생은 금연과 이별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고 여학생은 둘 모두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한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위선적인 기성세대의 아이러니를 내포하고 있는 청소년 흡연 문제의 실상을 지적해 간다.
작가는 “어쩌면 어른들을 위해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청소년이 아니라 어른들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했던 건 분명하다”며 “이 책이 ‘진정으로 착한 것’에 대한 다양한 사유를 촉발하는, 소박한 안내서라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 속의 대화들은 비속어와 은어가 난무하기도 하고, 충격적인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한다. 제목처럼 착하기만 한 대화는 결코 아니지만 ‘착하다’ ‘착하지 않다’는 판단 역시 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나 편견의 반영일 수 있음을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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