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정책을 연구하는 경제학자다. 그런데 고미술 책을 썼다. 1987년 업무에 지쳐가던 저자는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낙관도 찍혀 있지 않은 매화 민화 한 점과 마주친다. 그 뒤 20년이 넘도록 고미술의 유혹에 몸을 맡겨 왔다.
월급의 두 배가 넘는 거금을 주며 옛 도자기를 사들이고 고구려 와당에 빠져 중국을 여행했다. 도공의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는 철화분청병, 시골 청년 같은 건장함을 지닌 박천반닫이, 고려 ‘청자’ 대신 고려 ‘토기’…. 저자가 관심을 갖는 고미술품은 대부분 소박하지만 고유의 멋이 살아있는 것들이다.
그동안 저자가 쌓아온 내공은 특히 고미술품 위작과 감정 현장의 이야기에서 도드라진다. 저자는 위작이 나오는 이유와 역사 속 위작의 사례, 한국 고미술품 시장의 위작 사건들, 감정 논란을 지켜본 경험 등을 서술한다. 고미술상의 안목과 상도덕을 아쉬워하는 저자의 목소리와 감정실명제, 정부의 고미술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저자가 내놓은 해결 방안은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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