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기표 4단 ● 김정현 초단
본선 8 강전 1 국 2 보(22∼40) 덤 6 집 반 각 3 시간
좌하 변화는 서로 끊고 끊겨 복잡한 싸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각자 살고 살려주는 타협으로 막을 내리는 것이 보통이다. 변화도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그런데 김정현 초단이 흑 27로 욕심을 부리면서 모든 게 헝클어졌다. 김 초단은 27로 선수를 하려고 했으나 백이 외면하고 28로 달렸다. 좌하 흑 모양에 대한 급소. 이 한 방으로 흑은 사지가 꽁꽁 묶인 형국이다.
흑 27로는 참고도 흑 1로 막아 둬야 했다. 백 2로 한 번 밀리는 것은 아프다. 그러나 그건 백에게 줘야 할 몫이었다. 백 2를 당해도 좌하 흑을 선수로 살리고 흑 15로 선착해서 충분하다. 상대 몫까지 내줄 수 없다고 욕심을 내면서 반상의 흐름이 빨라진 것이다. 흑 29로 백 한 점을 접수할 순 있지만 백 30이 급소로 좌하 수상전은 백이 유리하다.
흑 33마저 놓친다면 바둑을 더는 둘 수 없다. 흑으로선 이곳을 죽죽 밀어 세력을 얻는 대신 하변을 포기한다. 하변 백 집이 40여 집에 육박하지만 좌변을 크게 키워 기회의 땅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흑은 본의 아니게 대 세력 작전으로 나서게 된 셈. 해볼 만한 모험이지만 참고도에 비하면 실패 확률이 크다. 백 40 이후 좌상 흑을 어떻게 살릴 수 있는지가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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