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도입을 추진하는 종합편성채널이 활성화되려면 지상파 방송이 지닌 채널 기득권을 줄여 지상파 종편 홈쇼핑 등 여러 채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하며 종편 채널도 한 개가 아니라 다수의 사업자 선정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박천일 교수는 14일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이 주최하는 ‘종합편성채널 활성화 방안-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토론회를 앞두고 미리 배포한 주제 발표문에서 “정부는 기존 사업자의 존속 및 발전을 보장하고, 후발 사업자를 다각적으로 지원해 미디어 산업 전체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 지상파 채널 기득권 줄여야
박 교수는 “종편 사업자를 선정할 때 한 개 사업자만으론 기존 지상파의 독과점 구조를 완화할 수 없고, 지상파 위세에 눌려 오히려 종편채널의 유명무실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수 사업자 구도가 돼야 궁극적으로 유료 방송산업의 파이도 커진다”고 말했다.
종편 사업자 선정 기준으론 ‘자본력’과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실질적 투자가 있는 ‘컨소시엄 구성력’을 핵심으로 꼽았다. 박 교수는 지상파가 존속 발전할 수 있도록 경영다각화에 제한을 두지 않듯이, 경쟁력 있는 신문사업자에도 사업다각화의 기회를 줘 미디어 시장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발 종편 사업자에 어떤 다각적 지원을 해서 미디어 산업을 활성화시키고 매체 간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지가 종편채널 도입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상파와 종편 등 채널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지상파의 채널 기득권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는 미디어 브랜드로서 확고한 위상을 점유한 만큼 유료 방송영역에서는 채널 기득권 축소가 바람직하다”며 “지상파 4개 채널을 3번, 15번 등 주변번호로 옮겨 채널 활용도를 넓히고, 그 사이에 종편과 홈쇼핑 채널을 배치해 시너지를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방송 사업의 성격에 따른 재원 차별화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모든 방송사업자가 재원을 광고에만 의존해 전체 방송시장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KBS는 수신료를 올리고 광고를 배제하고, 유료 방송사업은 가입료와 광고를 중심으로 하는 방식의 차별화가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가 수신료를 5000원으로 인상하고 광고를 배제함으로써 생기는 다른 매체로의 광고 이전 효과를 광고 비중(0∼20%)에 따라 4700억∼7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 지상파와 다른 전략 펴야
박 교수는 종편 사업자의 성공 전략으로 ‘원 소스 멀티 유스’와 ‘지상파와의 차별화’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종편 사업자는 TV 잡지 신문 등 여러 매체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고, 단일 콘텐츠를 다양한 미디어에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기존 미디어 기업과는 달리 공익적 프로그램을 과감하게 편성해 ‘공익적 미디어 기업’의 이미지를 시청자에게 심어주고, ‘종편채널은 기존 채널과 확실히 다르네’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종편 채널이 뉴스 경쟁력을 지니려면 단조로운 보도 형태를 지양하고 뉴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모자이크와 음성변조의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지상파 뉴스는 수십 년간 ‘뉴스리포트당 90초’라는 공식을 유지해왔다”며 “이러한 과정과 결과 위주의 단조로운 보도 형태는 뉴스에 대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 뉴스채널처럼 기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등장하고 대신 앵커가 전문가와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뉴스에 역동성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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