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암사자가 사냥을 하듯 온몸 실은 활의 테크닉

  • Array
  • 입력 2009년 12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사라 장 내한공연을 보고
바이올린 ★★★★★ 피아노 ★★★★★

11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앤드루 폰 오이엔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강건한 활긋기로 귀에 꽉 차게 와닿는 음색의 충족감을 선사했다. 사진 제공 안산문화예술의전당
11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피아니스트 앤드루 폰 오이엔과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강건한 활긋기로 귀에 꽉 차게 와닿는 음색의 충족감을 선사했다. 사진 제공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은 “공연 중 지진이 나도 그대로 연주할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8세 신동 시절부터 태연자약함은 그의 큰 자산이었다. 어떤 외부 변수에도 태연할 수 있는 기술적 완성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연주가 주는 인상 자체가 낙관적이고 태연한 자신감의 아우라를 발산한다. 11일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열린 사라 장과 피아니스트 앤드루 폰 오이엔 전국투어 첫 회 리사이틀은 기능적 완결성과 내면적 열정이 깔끔하게 어우러진 명연이었다.

사라 장은 이날 모든 연주곡에서 템포를 다소 빠르게 끌어당겼고 속도 변화를 크게 주지 않았다. 계산보다는 직관으로 작품을 장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브람스 3번 소나타의 느린 악장에서 멜로디가 한 옥타브 높게 재현되는 부분이나, 프랑크 두 번째 악장에서 ‘아니마토 포코 아 포코(조금씩 생기를 주어)’로 표시된 반복음형 부분에서 속도를 줄이고 현을 얕게 그으면서 목멘 듯한 표정을 지어냈다면 요즘 연주가들의 ‘정석’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흔한 정석 대신 악보대로 밀고 나갔다. 음영(陰影) 쪽의 콘트라스트를 크게 주지 않은 것이다.

그 대신 그는 ‘밝음’ 쪽의 기복을 크게 가져갔다. 느린 악장에서나 빠른 악장에서나 그는 활을 끝까지 썼고, 무대 바닥을 걷어차면서 온몸을 다 사용해 내리그었다. 브람스 소나타 3악장의 스케르초 악장에서 강건한 포르테의 겹음은 20대 시절 정경화의 별명이었던 ‘암사자’를 떠올리게 했다.

앤드루 폰 오이엔의 피아노는 능숙한 페달 사용이 돋보였다. 브람스 소나타의 1악장 중간부 A음의 연속 음형이 종소리처럼 기분 좋게 와 닿았다. 그리스 출신 작곡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디스가 헌정한 ‘판타지’는 사라 장의 개성을 제대로 파악한 작품이었다. 활을 아끼지 않고 활달하게 쓰는 연주자의 스타일에 맞았고, 확고한 조성 위에 마음껏 분출하는 생명과 환희의 느낌이 신선하게 와 닿았다. 28일까지 수원 전주 광주 구미 의정부 제주 서울에서 공연한다. 02-541-6235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