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루마(31)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미니앨범의 타이틀곡은 피아노 연주곡이 아니라 가사가 있는 ‘노래’다.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루마는 객원보컬이 부른 ‘너의 마음속엔 강이 흐른다’와 ‘나에게로’에 대해 “변화가 아니라 원래 하려고 했던 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2000년 귀국해서 오태석 연출의 연극 ‘태’ 음악작업을 마쳤을 때 대중음악 작곡가 데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레이브 댄스곡을 만들었는데 기획사마다 ‘어렵게 들린다’며 거절했죠. 연주음악 활동은 곤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이었습니다.”
2001년 내놓은 2집 앨범 삽입곡이 드라마 ‘겨울연가’ 배경음악으로 쓰인 것을 계기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군에서 제대한 뒤 앨범을 내고 공연활동을 벌이면서 당시의 인기가 한낱 신기루였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입대 전만 못한 게 확 느껴지더라고요. 아, 그때 사람들은 내 음악이 아니라 ‘그럭저럭 봐줄 만한 외모의 20대 미혼 남자가 분위기 있게 피아노 치는 모습’을 좋아해준 거였구나…. 공연장에서 연주를 하는 도중 스스로 식상함을 느끼고 뼈아프게 뉘우쳤습니다. 사람들에게 음악으로 절실히 다가가지 못한 채 제자리를 뱅뱅 맴돌고 있었던 거였죠.”
“앞으로 ‘토이’처럼 객원보컬을 기용하는 대중음악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지금의 나를 더 많이 알리는 게 숙제”라는 이루마는 24일 제주문예회관,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로 올해 활동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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