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작곡가’, 특히 ‘젊은 국악 작곡가’는 꽤 귀하다. 어느 정도 귀하냐 하면 스포츠신문의 국악 지면만큼이나 귀하다(농담).
그 중에서도 ‘감성’을 앞세운 국악 작곡가는 더욱 희귀하다. 논리와 이성이 넘쳐 나는 요즘, 젊고 감성적인 국악 작곡가 박경훈(28)의 작업은 신기해 보이기조차 하다.
한양대학교 재학시절 KBS-FM ‘젊음에 부치는 풍경(2002)’을 통해 작곡가로 데뷔한 박경훈은 이후 숙명가야금 연주단, 강은일(해금), 놀이터(음악그룹), 이슬기(가야금), 한충은(소금), 다비(거문고 앙상블) 등 다양한 연주가들의 음반제작과 공연에 참여하며 작곡가로서 뿐만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의 이름도 함께 쌓아왔다.
국악 작곡가지만 쇼팽을 너무도 사랑해 마지않는 박경훈이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사계’라는 타이틀의 개인 작곡 발표회를 연다. 비발디의 사계가 사계절을 표현했다면, 박경훈의 사계는 일년 열두 달을 노래한다. 1월부터 12월까지 각각 작은 제목이 붙어있다.
예를 들어 1월은 ‘흩날리는 눈꽃’, 3월은 ‘소생의 왈츠’, 7월 ‘꿈꾸는 바다’, 12월 ‘Peaceful Christmas’라는 식이다.
12곡 캔버스 위에는 박경훈의 섬세한 감성이 물감처럼 녹아 있다. 박경훈의 피아노와 함께 해금, 생황, 소금, 마두금, 바이올린이 연주된다. 모든 곡은 이번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됐다.
특별연주곡으로 ‘나무그늘’, ‘Happy Triple Time’이 마련돼 있다.
음악평론가 윤중강씨는 이번 공연에 대해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으로 가득 채운 21세기 우리들의 월령가’라고 표현했다. 바로 그렇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