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귀를 자른 진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7일 15시 46분


세계 미술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거칠고 강렬하면서도 애잔한 고흐의 감성은 작품에 그대로 반영돼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고흐는 화폭에 담긴 자신의 그림만큼이나 정상 궤도에서 벗어난 예술가의 삶을 살았다. 정서적으로 늘 불안했으며 자해를 하는 등 기행을 일삼았다.

특히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자른 일화는 여러 영화에서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 이유를 둘러싸고도 그동안 많은 억측이 제기된 바 있다.

단순히 정신착란 증세 때문이라는 추측과 함께 그림을 그리다 그의 광기가 폭발한 것이란 설도 있었다. 또 예술적 동지였던 폴 고갱과 사이가 틀어져 충격을 받고 자해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고흐는 귀를 자르고 1년 7개월 만에 권총으로 자신의 가슴을 쏴 자살을 기도했으며 그로부터 이틀 뒤 사망했기에 그 이유가 더욱 많은 의혹을 낳았다. 그런데 고흐의 전기를 집필한 영국 작가가 그 이유를 밝혀냈다고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온 편지'와 '영국의 반 고흐: 청년 예술가의 초상'의 저자인 마틴 베일리는 "고흐가 남동생 테오로부터 결혼할 것이란 편지를 받고 그 충격으로 귀를 잘랐다"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7일 보도했다.

베일리는 고흐가 귀를 자른 시기, 그가 동생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조사해 이 같은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고흐는 평생 동안 테오에게 재정적, 정신적으로 크게 의지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리에서 지내던 테오는 1888년 12월 편지로 약혼 소식을 고흐에게 알렸다. 고흐는 동생이 결혼하면 자신에 대한 재정 지원을 끊고 정신적으로도 더 이상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란 두려움에 사로잡혀 공황 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베일리는 고흐의 편지를 분석한 결과 그가 매달 23일 테오로부터 용돈을 받아썼으며 생활비가 부족해 한 달에 두 차례 돈을 받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1889년 1월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는 "지난달 받은 돈이 너무 부족하다"고 적은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편지와 당시 정황을 미뤄볼 때 고흐는 테오가 1888년 12월 21일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에서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적은 것을 옆에서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또 테오가 자신의 약혼자인 요한나 본저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흐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 편지엔 "내가 형에게 당신에 대해 얘기하고 우리의 (결혼) 계획에 동의하는지 물어봤을 때, 형은 결혼이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가 돼선 절대로 안 된다고 대답했다"고 적혀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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