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 가수 이승환은 데뷔 20년 기념콘서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공연을 여러 번 본 사람에게는 익숙한 농담이다. 이승환뿐 아니라 어떤 콘서트건 앞쪽 ‘로열석’은 대부분 일찌감치 표를 구입한 골수팬이 차지한다.
뮤지션과 오랫동안 교감해 온 팬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좋은 자리에 앉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들이 팬클럽 사이트에서 미리 약속해 풍선이나 휴지 같은 소도구를 이용해 펼치는 이벤트도 즐거운 볼거리다. 30대 여성 팬의 손을 잡고 앞자리에 앉은 여섯 살 아이는 ‘천일동안’ 등 10여 년 전 히트곡을 줄줄 따라 불렀다. 이승환도 “올해 마지막 공연이니 목이 부서져라 노래하겠다”는 약속에 부끄럽지 않은 열창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날 공연에서는 그 열창 서비스의 로열석과 외곽 일반석 ‘품질 차이’가 지나쳤다. 무대 디자인에서부터 로열석 바깥 관객을 위한 배려가 부족했다. 대형 프레임이 정면으로 돌출해 옆쪽에서는 무대 안 스크린 영상과 연주자를 반도 볼 수 없었다.
후반에는 객석으로 돌출한 무대 위로 가수와 연주자들이 나와 앉아 관중과 스킨십을 시도했다. 그 모습은 외곽 객석의 소외감을 한층 크게 했다. 댄서와 연주자들이 펼친 퍼포먼스도 앞자리 사람들과의 교감에 그쳤다. 공연이 끝나자 로열석 청중은 당연한 듯 앙코르를 연호했다. 일반석에서는 재빨리 일어나 떠나는 이가 적잖았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섬유센터의 일렉트로닉 팝 그룹 ‘더블유앤드웨일’ 공연에서도 비슷한 괴리가 느껴졌다. 게스트로 나선 밴드 ‘안녕 바다’는 “다섯 번째 찬조하는데 앞쪽은 다 아는 얼굴”이라고 이승환과 똑같은 농담을 던졌다. 공연 막판 보컬 웨일이 마이크를 객석에 들이댔다. 하지만 노래를 따라 부를 수 있는 관객과 그렇지 않은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다. 무대 뒤 스크린에 자막을 내보냈다면 더 폭넓은 호응을 얻었을 것이다.
콘서트를 찾은 관객들이 모두 무대 위 가수의 오랜 팬은 아닐 것이다. 관객의 가슴을 두드려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은 첫 만남의 설렘을 담아 쏟아내는 뜨거운 ‘노래’다. 공연장의 모든 청중이 그 노래를 최대한 즐기도록 돕는 무대연출의 배려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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