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문화계 이슈]<1>출판-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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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전자책 열등생’ 한국 출판계 대지진 오나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파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올해 문화계는 분야별로 뜨거운 이슈와 굵직한 행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판 문학, 학술 종교, 공연, 방송 미디어, 영화 등 분야별로 주요 이슈와 쟁점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인터넷 서점 등 출시 예정 단말기
성능 대폭 향상돼 시장규모 확대 예상

출판사 거치지 않고 콘텐츠 제공 가능
종이책 중심 창작-유통구조 혁명 눈앞


연간 30% 안팎의 고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해외 전자책 시장에 비해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아직 소걸음이다. 그러나 올해 편의성과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단말기가 대거 선보이면서 출판계가 전자책에 적합한 새 독자층과 저자 발굴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30% 안팎의 고공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해외 전자책 시장에 비해 국내 전자책 시장의 성장은 아직 소걸음이다. 그러나 올해 편의성과 성능을 크게 향상시킨 단말기가 대거 선보이면서 출판계가 전자책에 적합한 새 독자층과 저자 발굴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출판인회의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국출판인회의회관에서 단행본 출판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신년회를 갖는다. 매년 여는 행사지만 올해는 특별 순서가 마련돼 예년과 다른 분위기가 예상된다. 바로 ‘전자책 설명회’다. 한철희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은 “출판사들의 전자책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부족한 것 같아 현황을 설명하고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논의해 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벽두 출판인들이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에서부터 이처럼 무겁고 진지한 주제를 논하는 것은 그만큼 전자책이 코앞에 닥친 문제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올해 출판계는 전자책 시장의 성장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운데 출판진흥기구 설립, 독서 진흥, 중소 서점 활성화 등의 현안을 앞에 두고 있다.

○ 급성장 예상되는 전자책 시장

지난해 말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크리스마스 때 종이책보다 킨들용 전자책을 더 많이 팔았다’고 밝히자 국내 증시가 들썩거렸다. 이른바 ‘전자책 테마주’로 분류된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한 것. 증권사들은 올해도 전자책 테마주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국 전자책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예상하는 것이다.

한국의 지난해 전자책 시장 규모는 1300억 원 정도. 2006년부터 작년까지 전자책 시장의 성장률은 연평균 17%가량이다. 세계 전자책 시장이 30% 안팎의 급성장세를 보이는 것에 못 미친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이면서도 유독 전자책 시장에서만큼은 후진국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우선 하드웨어의 미비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 ‘파피루스’, 아이리버 ‘스토리’ 등 전자책 단말기가 지난해 나왔지만 다운로드 속도가 늦고 화질이 아직 종이책을 대신할 정도의 수준이 못 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올해는 성능을 향상시킨 새 단말기가 대거 시장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는 무선인터넷과 이동통신망을 모두 이용해 어디서든 책 콘텐츠를 내려받을 수 있는 단말기를 상반기에 내놓을 예정이다. 인터파크, 예스24 등 온라인 서점들도 전자업체들과 손잡고 개발한 단말기를 선보인다.

새로운 단말기가 잇따라 나옴에 따라 전자책 콘텐츠 개발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철희 회장은 “다양한 단말기가 출시되면 출판사들은 단말기에 담을 콘텐츠와 콘텐츠 유통 방식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문고는 지난해 말 낸 2009년 전자책 판매를 결산한 자료에서 “2009년 교보문고의 전자책 판매는 전년에 비해 36.5% 신장했고, 2010년에는 2009년의 두 배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전자책, 출판 지형도 바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전자책 시장의 급성장에 대비해 학자, 전문가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꾸려 2월까지 전자출판 육성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자책 유통 시스템과 관련 법규 마련은 물론 전자책 콘텐츠 생산을 지원하는 방안도 만든다. ‘전자출판 공동 제작센터’를 활용한 1인 출판 창업을 지원하는 것이 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전자책은 종이책과 달리 1인 출판이 쉽기 때문이다.

출판계는 전자책 활성화가 독서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자기기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독서로 유인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교보문고의 조사에 따르면 전자책 구매자는 남성이 약 77.3%를 차지했다. 종이책 구매자의 60.4%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새로운 독자층이 형성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책 출판 경향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김진명의 ‘천년의 금서’처럼 종이책과 전자책이 동시 출간되는 사례가 늘었다.

종이책에 비해 책을 내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저자의 저변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전자책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출판의 변화 속도는 매우 빠르므로 개별 출판사의 대응 노력은 물론 출판계 전체가 지형 변화를 관측하고 예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출판진흥기구 설립도 관심

출판계의 숙원인 출판진흥기구 설립이 언제쯤 구체화할지도 출판계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현안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등 출판계 13개 단체는 지난해 말 진흥기구 설립에 관한 출판계의 공동 입장을 마련해 문화부에 제출했다.

백원근 연구원은 “그동안은 출판계 내에서도 의견이 수렴되지 않아 진흥기구 추진이 지지부진했다”면서 “출판계가 어떤 식으로든 의견을 모았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이를 계기로 기구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 밀려 고사 직전에 있는 중소 서점들이 위기를 딛고 제자리를 찾을지도 관심사다. 동네 서점들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2008년부터 ‘모델서점’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모델서점은 책만 파는 게 아니라 독서교육, 문화행사 등을 함께 해 지역의 문화 거점이 되겠다는 취지다. 서울과 지방에 5개 모델서점이 생겨 일단 어느 정도 가능성을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서점계는 이 같은 새로운 경향이 얼마나 더 확산될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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