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04>立則見其參於前也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4일 03시 00분


“일어서면 忠信(충신)과 篤敬(독경)이 앞에 참여함을 볼 수 있고, 수레에 있으면 그것이 멍에에 기대고 있음을 볼 수 있어야 하니, 이와 같이 한 후에야 행세할 수 있다.” 자장이 이 말씀을 허리띠에 적었다.

參前倚衡(참전의형)이라 하면 忠信과 篤敬을 항상 생각한다는 뜻이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에서 나왔다. 子張(자장)이 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자, 공자는 ‘말이 忠信하고 행실이 篤敬하여야 한다’고 대답했다. 行은 남의 인정을 받아 떳떳하게 행세함을 말한다.

이어서 공자는 서 있을 때나 수레에 타고 있을 때나 충신과 독경이 늘 눈앞에 보이듯이 해야 한다고 했다. 충신과 독경에서 잠시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는 그런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고 가르친 것이다. 자장은 그 말씀을 좌우명으로 삼으려고 자기 허리띠에 적었다. 그만큼 정성이 독실했다.

見其參於前과 見其倚於衡의 其는 여기서는 忠信과 篤敬을 가리킨다. 參於前과 倚於衡은 하시라도 忠信과 篤敬을 잊지 않음을 비유한다. 參은 나와 서로 참여하여 一體가 됨이다. 倚는 기대어 있음이다. 衡은 수레의 끌채인 轅(원)의 맨 앞에 가로로 뻗은 나무를 말한다. 然後는 ‘그렇게 한 후’다. 諸(저)는 ‘그것을 ∼에’이다.

‘서경’ ‘太甲(태갑)’에 ‘顧시天之明命(고시천지명명)’이란 말이 있다. 하늘이 사람에게 내려준 밝은 명령을 항상 돌아본다는 뜻이다. 하늘의 밝은 명령을 사람마다 자기 마음으로 삼고 있는 것이 明德(명덕)이니, 顧시(고시)라고 하면 明命과 明德을 늘 돌아본다는 뜻이 된다. 옛분들은 參前倚衡이 바로 顧시라고 보았다. 그렇게 깊이 생각하지 않더라도 忠信과 篤敬의 자세를 지녀야 남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상 너무나 잘 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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