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한승 9단 ● 안형준 2단
본선 8강 2국 7보(116∼127) 덤 6집 반 각 3시간
탈출로가 막힌 흑 대마가 살아가려면 상변 백 대마를 물고 늘어져야 한다. 백 대마의 안형이 풍부해 흑의 일방적 기대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흑이 기댈 언덕은 거기밖에 없다. 그런데 조한승 9단은 흑의 탈출이 혹시 가능할지 모른다고 염려하면서 탈출로를 세심하게 봉쇄하느라 상변 백 대마에 관심을 덜 두고 있었다.
백 16은 꼭 필요한 수. 하지만 흑 23의 곳을 선수로 뒀어야 했다. 이렇게 두면 상변 백은 완생이기 때문에 흑 대마가 위태로웠을 것이다.
실전에선 이 교환 없이 백 16을 두는 바람에 안 2단이 줄곧 노리던 흑 17의 치중이 터졌다. 수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떠나 이런 수를 당하면 바둑이 복잡해지고 그만큼 실수할 확률이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조 9단이 흑 17에 당황했다는 것. 조 9단은 흑 17의 기세에 눌려 백 18로 물러섰다.
그러나 백 18은 백을 구렁텅이로 몰고 간 수였다. 여기선 참고도 백 1처럼 흑 한 점을 차단해 강경하게 대처해야 했다. 흑이 무리하게 대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응징이 필요했다. 참고도는 흑 대마가 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백 ‘가’로 패를 내는 수가 있어 백의 필승 구도.
조 9단은 백 24로 상변 백만 살리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흑은 25, 27을 준비하고 있었다. 여기서 두 집 내는 수가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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