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3회 아마국수전…절묘한 수순

흑이 자신감 넘치는 손길로 놓은 (△)의 치중. 안형준 2단의 얼굴에는 ‘이젠 살았다’는 안도감이 퍼져 있었다. 과연 이처럼 좁은 곳에서 어떻게 두 집을 낼 수 있다는 것일까.

백의 입장에선 흑의 당당한 태도가 불길하게 느껴진다. 조한승 9단은 백 30, 32로 젖혀 이어 최대한 버틴다. 이렇게 둬야 흑의 활용 수단이 줄어든다.

그러나 안 2단은 서슴없이 두어 나간다. 흑 33으로 가만히 눌러가는 것이 흑 대마를 살리는 첫걸음. 참고도 백 1로 양단수 치면 흑이 두 집을 낼 수 없어 보인다. 그런데 흑은 4로 빠져나와 상변 백 대마와 수상전을 벌일 수 있다. 흑의 수는 4수. 백 대마가 거대하지만 막상 조여 가면 3수밖에 안 돼 이 수상전은 흑이 한 수 빠르다. 따라서 백 34의 보강은 불가피하다.

흑 35가 사석작전의 묘미를 보여준다. 흑은 넉 점을 버리는 대신 37, 39를 선수한 뒤 41로 두 집을 냈다. 바둑의 수가 무궁무진하다는 걸 보여주는 그림 같은 수순이다. 흑이 살아버리자 형세는 흑의 편으로 돌아섰다. 백이 흑 대마를 잡으러 가는 가운데 백 ○가 잡히면서 손해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차이는 덤을 제하고 3, 4집 정도에 불과하다. 게다가 백이 선수를 잡았다. 백도 좌변을 두툼하게 키우면 희망이 있다. 흑은 아직 마음 놓을 때가 아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