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외규장각도서 반환소송 기각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7일 03시 00분


1심 법원 “佛, 약탈 문화재 협약 가입안해”
문화연대 “불법행위로 취득 명백… 항소”

문화연대가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2007년 제기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 1심 소송에서 기각 판결이 나왔다.

문화연대는 “프랑스 법원이 지난해 12월 4일 처음이자 마지막 심리가 열린 뒤 불과 20여 일 만인 같은 달 24일 파리에서 소송을 대리하는 김중호 변호사에게 판결문을 보내왔다”고 6일 밝혔다. 문화연대는 곧 항소할 예정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의 기각 이유는 △취득 상황과 조건(약탈 등)은 국가 재산이라는 사실에 영향을 줄 수 없고 △병인양요가 일어난 1866년 국제규범(빈 협약, 약탈 문화재 반환에 대한 파리 협약)이 완전히 성립했다고 보기 힘들며 △프랑스가 1866년 이후 체결된 관련 국제협약(유네스코, 유럽연합 강제규범 등)에 모두 가입하지 않아 적용이 불가능하고 △반환 여부는 법원이 다룰 문제가 아니라는 점 등이다.

문화연대는 “취득 과정의 적법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유재산은 양도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패전해 도망치던 프랑스 군대가 외규장각 도서를 약탈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말했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프랑스에서는 보통 최종심리 뒤 서너 달 지나 판결을 내리는 데 반해 이렇게 빨리 결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판결문이 프랑스의 연말 휴가기간 중에 나온 것은 외규장각 문제가 여론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문화연대는 2007년 약탈 물건을 정부 재산으로 편입하는 프랑스의 관련 법령이 잘못됐다며 외규장각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말 심리과정에서는 프랑스 정부 대변인이 서면 답변서에서 처음으로 해당 유물 취득 과정에서 ‘약탈(pillage)’이라는 용어를 써 판결에 영향을 줄 것인지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외규장각은 국가 서적을 안전하게 관리할 목적으로 1782년 인천 강화도에 세운 도서관으로, 병인양요 때 유물이 대부분 불타고 의궤(儀軌·왕실이나 국가의 행사를 기록한 책) 297권 등은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갔다. 정부는 이번 소송과 관계없이 약탈 도서를 장기 임대하는 외교 협상을 하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