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분에 딱 맞는 노래가 이어폰을 타고 자동으로 흘러나온다면? 최근 사용자의 감성을 헤아린 음악 추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커피전문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귀에는 익숙한데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답답하다. 어떻게 할까. 신형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이 노래를 3초만 녹음하자. 노래 제목부터 가수 이름, 수록 앨범까지 궁금증이 한번에 해결된다. 요즘 나오는 휴대전화에 음악 인식 프로그램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 이교구 교수는 “노래에도 DNA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음악검색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컴퓨터에 소리를 입력하면 원하는 노래를 찾아주는 기술이 등장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생들이 만든 음악검색 사이트(midomi.com)는 노트북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연결된 마이크에 10초간 노래를 흥얼거리면 해당 노래를 찾아준다. 노래의 DNA에 해당하는 ‘소리 지문(audio fingerprinting)’을 분석한 결과다.
소리 지문은 쉽게 말해 한 노래가 가진 고유 주파수다. 노래를 고유한 파동으로 나타낸 뒤 이 파동을 0.03초 단위로 쪼개 파동에너지를 계산하면 노래의 소리 지문 값을 알 수 있다. 이 소리 지문을 검색해 원하는 노래를 찾는 것이다.
사용자의 기분을 헤아려 노래를 골라주는 맞춤형 음악검색 기술도 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미국의 음악 인식 기술업체인 그레이스노트. 그레이스노트는 사용자의 감성에 따라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교수도 지난해 10월부터 성별, 연령별, 계절별로 사용자에게 적합한 노래를 추천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단골집 레코드 가게 주인이 음반을 추천해주듯 ‘온라인 레코드 가게’ 사용자에게 딱 맞는 노래를 추천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최근 20대 한국인 20명의 감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우울하다’ ‘슬프다’ 같은 부정적인 감성이 22개, ‘즐겁다’ ‘밝다’ 같은 긍정적인 감성이 12개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감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미국과 반대다.
맞춤형 음악검색 기술은 음악 표절 방지에도 유용하다. 이 교수팀은 최근 한 저작권 관련 단체로부터 소리 지문을 활용해 새로 발표한 노래가 기존 노래를 표절했는지 자동으로 추적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이 교수는 “음원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음악검색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면서 “한국이 정보기술(IT)강국인 만큼 이 분야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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