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계의 웰빙 선두주자, 막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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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8일 17시 48분


살아있는 효모와 유산균이 듬뿍 들어있는 건강발효식품

숙성 중인 전통막걸리
숙성 중인 전통막걸리
대한민국 서민을 대표하는 술인 ‘막걸리’.

뽀얗고 누르스름하며 달콤쌉싸름한 맛의 막걸리는 예부터 농민의 애환을 들어주기도 하고 배고픈 그 시절 한 끼 대용으로도 마시던 술이었다.

하지만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주류의 70%를 차지하던 막걸리는 1965년 ‘양곡관리법’이 시행된 이후 평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쌀’대신 ‘잡곡’이 막걸리의 재료가 되면서 옅어진 맛만큼 사람들의 애정도 식어갔다. 설상가상으로 1980년대부터는 맥주와 소주에 밀려 전국 술도가의 70%가 문을 닫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막걸리는 2009년 최고 히트상품으로 오르며 웰빙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기존 알코올과 다르게 막걸리는 생 효모와 유산균이 듬뿍 들어있는 건강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주류업계들은 다양한 맛의 막걸리 제품들을 시중에 쏟아내며 현대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옛날 전통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빚어낸 막걸 리 고유의 맛을 따라오기는 힘들다고 한다.

막걸리의 험한 굴곡에도 명맥을 유지해 온 전통 양조장들이 전국 곳곳에 남아있다. 그 중 한 곳을 찾아 전통 막걸리 제조방법을 찾아봤다.

경기도 양평에 있는 지평양조장(방효연 사장 / 55)은 1925년에 문을 연 후 3대째 대를 이어 운영해오는 곳이다. 오동나무 통에 효모를 배양한다.


◆ 원료
막걸리의 주원료는 쌀(백미)과 밀가루(소맥분) 등으로 총 2가지다.

◆ 증미
쌀을 12시간 이상 물에 불려(침미) 고두밥으로 만든다. 밀가루는 물을 적당히 넣어 고슬고슬하게 찌어낸다.

◆ 보쌈(종국실)
보쌈 단계는 막걸리를 만들어내는 양조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막걸리의 맛과 품질을 크게 좌우하기 때문이다. 증미 단계에서 찌어낸 재료의 30%를 이불로 덮어 백국균을 12시간 동안 파종한다.
보쌈 단계에서는 36~42℃를 유지해야 한다. 최저 온도 또는 최대 온도를 벗어나게 되면 파종이 되지 않거나 균이 죽게 된다. 방 사장은 “막걸리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는 온도, 두 번째는 습도”라고 설명했다.

◆ 입상(종국실)

보쌈 단계에서 백국균을 파종한 재료를 오동나무로 짜여진 60여개의 직사각형 판에 나누어 넣는다. 보쌈 단계처럼 한 곳에 모든 재료를 넣고 파종하게 되면 활발한 균의 활동으로 온도가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입상 단계에서는 36~40℃를 유지해야 한다.

막걸리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기계를 이용해 입상 단계를 작업한다. 방 사장은 “전통적인 방법으로 술을 제조했을 경우 결정적인 약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곰팡이균 배양은 온도와 습도가 가장 중요한데 이를 기계 바람을 이용해 온도를 강제적으로 조절할 경우 수분이 날라간다”는 것이 방 사장의 설명이다.

지평 양조장에서는 균이 활동하면서 상승하는 온도를 두 시간에 한 번씩 체크하면서 60여 개의 오동나무 상자를 엇갈려 쌓아주거나 상자 안의 재료에 골을 파준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방 사장은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보기 위해 일부러 연탄난로를 사용한다고 한다.

경기도 양평 지평양조장
경기도 양평 지평양조장

◆ 주모사입
주모사입은 입상단계에서 배양한 재료 중 30%를 넣어 발효시키는 단계다. 이 단계는 72동안 재료를 발효시킨다. 주모사입 단계에서는 24시간, 48시간, 72시간마다 각각 다른 향을 낸다고 한다.

◆ 1단사입

1단사입은 주모사입 단계에서 72시간 동안 발효시킨 효모와 입상단계에서 남은 재료의 70%를 섞어 효모균을 증식시키는 과정이다. 1단사입에서는 24시간동안 발효시킨다.


◆ 2단 사입
증미 단계에서 남은 70% 재료와 1단사입 단계에서 발효시킨 재료를 섞어 48시간 동안 숙성시키게 되면 술이 만들어진다. 이 단계에서는 당화와 주정발효가 일어난다. 앞의 단계들을 통해 막걸리를 만들게 되면 총 알코올 도수는 18%가 넘지 않는다. 막걸리의 도수는 제한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 제성

숙성된 술을 거르게 되면 막걸 리가 된다.


지평양조장에서 쌀 막걸 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작업시간은 6일. 반면 밀가루로 만들어지는 막걸리는 밀가루가 쌀보다 고운 입자라 총 5일의 작업시간이 걸린다. 쌀 220kg를 이용해 나오는 막걸리의 양은 1000L정도라고 한다.

한편 흔히 탁주로 불리는 막걸리를 여과시키게 되면 약주(정종)가 만들어지고 탁주를 증류시키게 되면 알코올 도수가 40%까지 나오는 소주(안동소주)가 된다고 한다. 흔히 시중에서 판매되는 소주는 앞서 설명한 2단 사입단계에서 발생한 주정을 물로 희석시킨 것이라고 한다.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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