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2월 영국 런던에 있다고 치자. 눈앞에는 원산지가 네덜란드와 케냐로 표시된 장미가 있다. 친환경 소비를 중시한다면 어떤 장미를 선택해야 하는가. 가까운 생산지라는 이유로 네덜란드산을 택했다면 틀렸다. 영국 크랜필드대의 연구팀이 운송 과정을 포함한 생산 과정 전체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전 과정 평가(LCA·Life Cycle Assessment)’를 실시한 결과 네덜란드산이 케냐산보다 6배나 많은 탄소를 배출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온실에서 장미를 재배하지만 케냐에서는 트랙터나 화학비료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성지능’과 ‘사회지능’을 집필한 저자는 이번에 ‘에코지능’을 들고 나왔다.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은 잘 인지하지 못하도록 진화한 인간이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자연과의 상호 영향을 예민하게 인식하는 에코지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 친환경의 자기기만
유기농 면 티셔츠를 구매하는 행위는 진정한 친환경 소비가 아니다. 티셔츠를 염색하는 데 들어가는 유해물질은 차치하더라도 티셔츠 1장을 만들 수 있는 면화를 생산하는 데 2700L라는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고려해야 ‘친환경의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면화 재배를 위해 중앙아시아 지역 농장에서 물을 끌어 쓰는 바람에 아랄 해의 면적이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근원적인 친환경’으로의 접근은 인간 행위의 생태학적 영향을 분석하는 산업생태학이 1990년대에 태동했기 때문에 가능해졌다.
마케팅 차원에서 친환경이나 유기농이라고 붙어 있는 단어들의 의미는 시작 단계에 있을 뿐이다. 친환경이라는 글귀 때문에 그 너머에 있는 진정한 친환경에 대한 관심을 저버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 환경의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필요
인간은 즉각적인 위험에 더 잘 인지하도록 진화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분자 수준에서,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는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은 현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다행히 인간의 이런 약점은 후천적인 학습을 통해 올바른 행위를 유도하는 두뇌 신피질 활동 덕분에 보완된다. 썩은 고기 냄새와 갓 구운 빵의 냄새를 구분하는 능력으로 생존을 유지한 것처럼 오늘날에는 새로 산 자동차의 냄새에서 유해한 인공적 화합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 페로몬을 쫓는 간단한 원리로 사회를 유지하는 개미의 세계처럼 에코지능을 기반으로 한 단순한 원리 세 가지를 행동의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자신의 영향을 인식한다.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을 지지한다. 알고 있는 것을 타인과 공유한다’가 그것이다.
○ 정보화로 확장되는 에코지능
산업생태학적인 정보 분석은 복잡하다. 환경의 위험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에코지능을 갖춘 개인이라 하더라도 일일이 이에 따른 소비 행태는 힘들다. ‘굿가이드’와 같은 서비스는 이 때문에 유용하다. 소비자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제품의 바코드를 찍어서 굿가이드의 서버로 전송하면 불과 몇 초 만에 제품의 환경 영향 수준을 빨강 노랑 초록으로 받을 수 있다. 현재 식품 완구 세제 등을 중심으로 6만 종의 제품에 대한 평가를 제공한다.
트위터나 블로그를 중심으로 결속력이 강해진 소비자 네트워크는 기업이 그린워싱(greenwashing-겉으로는 친환경을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친환경성이 높지 않은 행위)에서 탈피해 진정한 친환경을 실현토록 하는 압력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했다.
친환경 전환이 야기할 제품가격의 문제에 대한 고찰이 없어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친환경이 다음 100년 혹은 1000년간 계속될 경향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인간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지능의 관점으로 바라본 점은 충분히 새롭고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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