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09>子貢이 問爲仁한대 子曰, 工欲善其事인댄 必先利其器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1일 03시 00분


‘논어’ ‘衛靈公(위령공)’에서 子貢이 仁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 묻자 공자는 현명한 대부를 섬기고 어진 선비를 벗 삼아 切磋(절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問爲仁은 仁의 실천 방법을 물은 것이니, 仁의 본질을 물은 것이 아니다. 단, 일본의 오규 소라이(狄生조徠)는 仁政의 실시 방법을 물었다고 보았다. 정약용도 爲仁이란 백성을 편케 하고 백성에게 은택을 입힘이라고 보았다.

工은 집이나 연장을 만드는 기술자인 工匠(공장)이다. 善其事는 일을 훌륭히 해냄, 利其器는 연장을 銳利(예리)하게 만듦을 뜻한다. 是邦은 지금 거처하는 나라를 가리킨다. 큰 나라를 邦, 작은 나라를 國이라 하지만, 같은 뜻으로 보아도 좋다. 大夫之賢者와 士之仁者에서 賢은 사업을 두고 말하고 仁은 德을 두고 말했다. 단, 두 구절을 互文(호문)으로 보아, 대부 가운데 현명하고 어진 이, 선비 가운데 현명하고 어진 이를 가리킨다고 풀이해도 좋다.

이 章에서 공자가 가르친 말은 ‘顔淵(안연)’에서 曾子가 以友輔仁(이우보인)을 강조한 뜻과 통한다. 정약용의 풀이를 따르면, 仁政을 실시하려면 자기의 바탕을 먼저 튼튼히 하라고 말한 뜻이 된다. ‘중용’도 아랫자리의 사람이 정치를 행하려면 윗사람의 신임을 얻어야 하고 윗사람의 신임을 얻으려면 부모의 신임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로 우리는 자신의 덕을 기르기 위해서든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서든 현명하고 어진 이의 도움이 절실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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