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 씨의 장편소설 ‘퀴즈쇼’의 남자 주인공은 퀴즈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여자와 우연히 동시에 ‘뮤즈’의 음악을 듣고 있었던 걸 계기로 친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인류 진화의 전 과정, 그리고 음악이라는 예술을 발전시켜 온 선조들과 이 노래를 불러준 ‘뮤즈’의 매슈 벨러미에게 감사했다.”
7일 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영국 브릿 팝 밴드 뮤즈의 내한공연 ‘뮤즈 더 레지스턴스 투어 인 서울’에서 팬들이 느낀 만족감 역시 ‘죽음이야’라는 탄성을 낳을 만했다. 공연은 안내도 없이 예정 시간보다 40분 늦게 시작했지만 첫 곡 ‘업라이징’의 전주가 시작되자 관객 1만1000여 명은 언제 기다림에 지쳤었냐는 듯 일제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함성을 질러댔다.
이날 뮤즈는 영화 ‘트와일라잇’에 삽입됐던 ‘슈퍼매시브 블랙홀’, 국내 휴대전화 광고에 배경음악으로 쓰여 유명해진 ‘타임 이즈 러닝 아웃’을 비롯해 16곡을 1시간 40여 분 동안 쉼 없이 불렀다. 대형 무대인데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흐르는 정밀한 사운드는 데뷔 11년째인 이들이 갈고 쌓아온 내공을 느끼게 했다. ‘스타라이트’를 부를 땐 뮤즈와 모든 관객이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고 리듬에 맞춰 ‘짝-짝짝-짝-짝짝짝’ 하는 ‘1-2-1-3 박수’를 치며 흥분에 휩싸였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매슈 벨러미는 ‘버터플라이스 앤드 허리케인스’를 부르던 도중 기타를 벗고 새하얀 피아노에 앉아 현란한 손놀림으로 연주했다.
그가 서툰 한국말로 “사랑해요, 서울!”이라고 외치자 객석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공연장 밖에 쌓인 눈과 매서운 추위가 무색하게도 상당수 관객은 이미 두꺼운 외투를 벗어던진 채 반소매 티셔츠 차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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