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미술이 첫발을 디딘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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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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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현대 40돌 잇단 대규모 기념전

“박수근, 김환기, 백남준, 기타 역사에 뚜렷하게 남는 작가들을 빠짐없이 짚고 넘어가는 혜안과 끈임 없는 노력.”(화가 김창열) “이 화랑이 미술계에 기여한 첫 번째 공은 작가들의 개인전을 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는 것.”(유홍준 명지대 교수)

1970년 서울 인사동에서 박명자 사장(67)이 마련한 ‘박수근 소품전’으로 첫발을 뗀 현대화랑. 갤러리 현대란 이름으로 올해 40주년을 맞았다. 첫 기념전으로 12일∼2월 10일 ‘2010 한국현대미술의 중심에서’전을 연다. 서울 종로구 사간동(02-2287-3500)과 강남구 신사동(02-519-0800)의 전시장 3곳에서 작고 작가부터 중견까지 60여 명의 작품으로 근현대미술을 되짚는 포괄적 전시가 열린다. 이어 박수근 45주기전, 비디오와 회화작가 세라 모리스, 사진가 토머스 스트루스 등의 전시가 계속된다.

근현대미술의 거장과 동고동락해온 박 사장과 그 뒤를 잇는 아들 도형태 대표(41). 두 사람이 40년 여정을 돌아보았다.

○ 어머니가 돌아본 어제-박명자 사장


“현대화랑이 혼자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다. 훌륭한 화가와 그림을 사는 사람들 덕분이었다. 정말 감사하다. 돈을 벌어 땅이나 금은보화 사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그림을 통해 문화적으로 풀어낸 컬렉터들은 칭찬해 마땅하다. 더불어 보람이라면 다른 게 없다. 전시를 열면서 사람들이 감동을 받고 작가 이름을 가슴으로 익히게 한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돈 번다는 생각만 하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개인 화랑이지만 반은 비영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온 과거를 자랑하는 것은 진부하다. 아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스트레스도 많고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겠지만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세계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키워주면 좋겠다.”

○ 아들이 말하는 내일-도형태 대표

“어렸을 때 어머니의 ‘눈’이 제일 부러웠다. 한우물을 판 근면함, 어머니 전화를 받으면 아무리 비싼 그림도 즉시 대여해주는 신용도 존경스럽다. 그림은 인연이 있어야 컬렉터에게 가는 거고 우리는 그 인연을 만드는 것이란 말씀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개관한 이듬해 어머니 혼자 시작한 현대화랑의 역사는 한국 미술시장의 역사와 겹친다. 내가 대표직을 맡은 지 5년째. 달항아리가 세계에서 인정받듯이 우리 현대미술의 근간이 된 작가부터 국제적 언어와 친숙한 신예작가까지 한국작가를 해외에 알리는 데 노력할 생각이다. 근현대작가의 경우 우리 스스로 ‘국내용 작가’처럼 규정했지만 해외에서 아시아미술을 바라보는 방식은 바뀌고 있다. 이제 우리의 것을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이해시킬 때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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