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작부터 수많은 커플이 서로 키스를 퍼부어댄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에도 진한 키스 퍼레이드가 펼쳐진다. 에펠탑 앞, 성당 계단, 공항 에스컬레이터…. 참신한 키스 장소를 물색하는 커플이라면 함께 볼만한 영화다.
21일 개봉하는 이탈리아 영화 ‘애프터 러브’는 여섯 커플이 사랑의 위기를 겪다가 다시 진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렸다. 한국인들에겐 낯선 얼굴들이지만 이탈리아의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해 이탈리아 판 ‘러브 액추얼리’로 주목받는 영화다.
회사에서 승진한 줄리아(크리스티아나 카포톤디)는 남자친구 마크를 프랑스 파리에 두고 뉴질랜드로 떠나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 외과 의사 파울로는 애인의 전 남자친구가 형사라는 직업을 무기삼아 스토킹 수준의 협박을 가해오자 당황한다. 온화한 미소를 지닌 로렌조 신부 앞으로 어느 날 한 커플이 찾아와 주례를 부탁한다. 그런데 결혼을 앞둔 여인 엘리사는 바로 로렌조 신부의 첫사랑이었다. 바람둥이 심리학 교수인 세르지오(클라우디오 비시오)는 전 부인이 교통사고로 죽고 두 딸을 맡아 키우게 되면서 뒤늦게 전 부인의 사랑을 깨닫는다. 이혼을 앞둔 필리포와 카타리나 부부는 법정에서 서로 “아이들을 맡지 않겠다”며 양육권 다툼을 벌인다. 그 부부를 화해시키려던 판사 루카(실비오 올랜도) 역시 집에서는 부인과 물건을 집어던지며 싸우는 ‘위기의 중년’일 뿐이다.
영화의 초반부 강의 장면에서 세르지오 교수는 “첫 키스의 열정은 1000일이 지나면 시들해진다.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라고 말한다. 어느 커플에게나 사랑의 위기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이 영화는 그것을 극복하는 저마다의 방식을 훈훈하게 표현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파리와 뉴질랜드를 넘나드는 풍경이 이채롭다.
우리 정서엔 꽤 파격적인 연애 장면도 나온다. 세르지오 교수의 딸이 방에서 남자친구와 사랑을 나누다가 다급하게 거실로 나와 하는 말. “아빠, 콘돔 있어요?” 교수는 이 질문에 어떻게 응대할까. 18세 이상 관람 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