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새 4단 → 7단 … ‘무서운 17세’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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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4일 03시 00분


10일 십단전 이창호 제압
특별승단 거듭하며 파란

바둑계 “곧 정상급 될 것”
13세 입단… 수읽기 강해

“앞으로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신예는 누군가.”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9단에게 질문을 던지면 꼭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박정환 7단(17)이다. 유망주에 머물던 그가 최근 화려하게 비상하고 있다.

박 7단은 10일 원익배 십단전에서 이창호 9단을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해 12월 23일엔 박카스배 천원전에서 김지석 6단을 3-0으로 꺾고 우승컵을 안았다. 약 20일 사이에 타이틀 2개를 획득한 것. 또 국내 기전 우승 시 특별 승단하는 규정에 따라 4단에서 5단, 다시 7단으로 초고속 승단했다. 바둑계에선 박 7단이 지금과 같은 페이스로 성장한다면 이창호 이세돌 9단의 계보를 잇는 1인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천원전과 십단전에서 우승하며 유망주에서 정상급 기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박정환 7단. 승부욕이 강한 그는 세계대회에서 두 번 패했던 중국의 천야오예 9단에게 설욕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최근 천원전과 십단전에서 우승하며 유망주에서 정상급 기사로 발돋움하고 있는 박정환 7단. 승부욕이 강한 그는 세계대회에서 두 번 패했던 중국의 천야오예 9단에게 설욕하고 싶다고 했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끈끈하고 쉽게 무너지지 않는 기풍=박 7단은 2006년 13세에 입단하면서 주목받았다. 16∼18세 입단자가 주류였던 당시 오랜만에 보는 어린 기사의 입단이었다. 지금도 김기원 초단(17·2009년 입단) 말고는 그보다 어린 기사가 없다. 그의 기재는 입단 직후부터 송곳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2007년 14세 때 엠게임 마스터스배에서 생애 첫 우승을 기록했다. 이창호 9단이 14세(1989년) KBS바둑왕전에서 우승한 이후 두 번째 최연소 우승이었다.

지난해 초 십단전에서 다시 우승한 뒤 슬럼프를 겪었지만 이번에 2개 기전을 한꺼번에 손에 넣으며 그의 실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박 7단은 수읽기가 빠르고 전투에 능하다. 최철한 9단은 “끈끈한 바둑이어서 상대하기 껄끄러운 스타일”이라며 “뒷심이 강하고 받아치는 힘이 대단해 쉽게 지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처럼 스스로 전투를 벌이진 않지만 때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힘을 쓰면 누구도 당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창호 9단 못지않은 침착함까지 겸비했다는 평이다.

▽세계대회 성적이 관건=박 7단은 이세돌 최철한 강동윤 9단과 함께 ‘권갑용 바둑 도장’ 출신이다. 박 7단을 어릴 적부터 지켜본 권갑용 7단은 “바둑 실력도 뛰어나지만 승부 근성이 남다르다”며 “상대에게 날카로운 칼에 베일 것 같은 불안감을 주는 바둑”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다른 것에 눈을 돌리지 않고 바둑에 몰두하는 그의 성실성도 높게 평가받는 부분이다. 최철한 9단 등과 같이 ‘삼천리 연구회’에서 공부하고 있는 그는 가장 자주 연구실에 나오는 멤버로 꼽힌다. 선배 중에선 강동윤 9단(21)이 그와 맞설 수 있을 뿐이고 동년배 중에선 거의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2006년 말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가 국내 프로기사 106명을 상대로 ‘이창호 이세돌의 뒤를 이을 차세대 기사’를 조사했을 때 23%의 기사가 당시 갓 입단한 박 7단을 지목해 1위를 기록했다.

현재 박 7단의 아킬레스건은 세계대회다. 국내에선 2관왕에 올랐지만 세계대회에선 아직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화재배의 경우 2007년부터 3년 연속 본선에 올랐지만 2007년 16강에 그쳤고 2008, 2009년엔 1회전(32강)도 넘지 못했다.

김승준 9단은 “정상급 기사들도 처음엔 ‘국내용’이란 비난을 들은 적이 많다”며 “국제무대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면 자연히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도 2000년 국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뒤 이듬해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준우승하며 세계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박 7단은 “이창호 이세돌 9단을 존경한다”며 “국내 대회 중에는 국수전에서 우승하고 싶고 세계대회에선 후지쓰배를 안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박정환 7단 연보▼
― 1993년 1월 10일생
― 1999년 바둑 입문
― 2006년 5월 입단
― 2007년 11월 엠게임 마스터스 챔피언십 우승(대 김지석)
― 2008년 12월 SK가스배 신예프로10걸전 준우승
― 2009년 1월 4기 원익배 십단전 우승(대 백홍석)
12월 14기 박카스배 천원전 우승(대 김지석)
― 2010년 1월 5기 원익배 십단전 2연속 우승(대 이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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