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아이는 왜 물탱크를 머리에 이고 있는 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15일 03시 00분


‘이 물통 하나면 온 마을이 1년간 마실 수 있습니다.’

국제적십자 공익광고포스터에 담긴 문구다. 한데 글과 어우러진 사진 속 이미지가 절묘하다. 물 길으러 가는 아프리카 소년의 머리에 올려진 물통의 이미지를 실제 빌딩의 옥상 물탱크와 연결시킨 것. 공장의 굴뚝과 권총의 이미지를 결합한 또 다른 공익광고도 흥미롭다.

강한 사회적 메시지와 시각적 울림을 접목한 이들 작품은 세계적 광고공모전에서 숱한 상을 휩쓴 광고 아트디렉터 이제석 씨가 제작했다. ‘공모전의 신화’로 불리는 그는 자신이 겨눈 총구가 결국은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은 이라크전쟁 반대 포스터와 일본의 독도 침탈을 비판하는 뉴욕의 독도수호 게릴라 캠페인 등 공익적 성격의 프로젝트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 서울 대학로 갤러리 이앙에서 열리고 있는 ‘위너, 그리고 디자이너’전은 이 씨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다. 그는 ‘시각언어는 만국 공용어다’라는 모토아래 누구나 쉽게 이해가능한 이미지에 보편적 메시지를 담아냈다.

이번 전시는 이 씨를 비롯해 설은아 송원준 박성우 전진수 씨 등 20, 30대 디자이너 5명의 작업을 되짚는 자리다. 이들은 시각, 영상, 광고, 제품 디자인 등 활동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F, IDEA, 레드닷과 칸 광고제과 뉴욕페스티발 등에서 수상하며 한국 디자인의 저력을 과시한 젊은 디자이너들이다.

전시장에는 모 회사 프로젝트에서 김연아 선수와 소통할 수 있는 디지털체험코너를 선보인 설은아 씨, 만삭이 될 수록 옷에 그려진 태아도 함께 커가는 티셔츠를 내놓은 전진수 씨, 점자를 목소리로 전하는 ‘보이스 스틱’을 개발한 박성우 씨, 진공청소기를 겸한 빗자루를 디자인한 송원준 씨의 작품이 자리한다. 아이디어에서 결과물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 학구적 전시이긴 하지만 이들의 디자인 철학을 살펴보면서 녹슨 머리를 깨울 수 있다.

전시는 24일까지. 대화의 시간(16일)과 대학생을 위한 워크숍(23일)도 마련된다. 02-3672-0201 www.galleryiang.com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