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극장이 변한다, 일상이 변한다, 산업이 변한다

  • 동아닷컴
  • 입력 2010년 1월 15일 03시 00분


‘아바타’ 열풍 타고 3D상영관 급증
TV에서 컴퓨터-휴대전화까지 ‘입체’
TV시장 5년후 14배… 기술-표준 전쟁

극장용 영화에서 인기를 모은 3D 입체영상이 가정용 TV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0’에서도 3D TV가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전시회 모델들이 3D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LG전자 LCD TV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극장용 영화에서 인기를 모은 3D 입체영상이 가정용 TV에도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0’에서도 3D TV가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전시회 모델들이 3D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LG전자 LCD TV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전자

“혹시 아바타 봤어요?” 최근 미국에서 열렸던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 2010’에서 가장 많이 나온 질문이다. 렌터카 회사 직원부터 외신 기자들과 업계 고위 임원들까지 이런 질문을 주고받았다.

‘아바타’는 최근 흥행 돌풍을 일으킨 3차원(3D) 입체 영화다. 이 영화 한 편이 말 그대로 3D 콘텐츠와 관련 하드웨어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미국 극장들은 올해만 7000개, 내년에는 9000개의 3D 입체영화 상영관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기존 영화관을 3D로 바꾸는 데는 약 10만 달러(약 1억1300만 원)가 드는데도 기꺼이 투자에 나선다. 전자업계도 올해를 ‘3D TV의 원년’으로 삼았다. 앞으로 3D 기술은 노트북컴퓨터와 비디오게임, 휴대전화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체험 단위도 점점 소규모로 변하고 있다. 극장에서 수백 명이 함께 단체로 3D 영화를 보던 것이 가족끼리 3D TV를 보거나 개인 단위로 3D 노트북컴퓨터나 휴대전화를 쓰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3D 하드웨어와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지고 관련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극장이 변한다


3D 입체영화를 가장 환영한 건 극장이다. 3D 영화는 기존 관람료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을 받아도 관객들이 즐겨 찾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화 ‘아바타’를 국내 영화관에서 보려면 일반 관람료는 8000원인데 3D 관람료는 1만3000원, 대형 화면인 3D 아이맥스에서는 1만6000원이다. 미국에서도 7∼8달러 수준이던 관람료가 3D 상영관에선 15달러 이상으로 올랐다. 게다가 3D 영화는 불법 복제도 어려워 극장이나 영화제작사는 대환영이다.

촬영장비 시장에도 새바람이 불었다. 2000년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의 촬영을 준비하면서 소니에 새 카메라를 주문했다. 기존 고화질(HD) 3D 카메라는 너무 크고 무거워 들고 찍을 수가 없었다. 들고 찍을 수 있는 3D 카메라는 영화를 찍으면 화질이 나빠 조금만 봐도 어지러웠다. 그래서 소니는 막대한 투자비를 들여 새 카메라를 만들었다. 그 결과 정글을 뛰어다니듯 카메라를 자유롭게 들고 찍을 수 있게 됐다. 또 아바타는 조금만 봐도 머리가 아팠던 기존 3D 영화와는 달리 3시간 가까이 계속 봐도 많이 어지럽지 않다. 소니는 이 장비들로 3D 영화 촬영장비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극장도 변했다. 아바타 상영 이전인 지난해 9월만 해도 한국의 3D 상영관은 50개 미만이었지만 아바타 상영을 계기로 100개를 넘어섰다. 올해는 CJ CGV가 전체 상영관의 약 30%(약 150개)를 3D 상영관으로 바꿀 예정이고, 메가박스도 지난해 6개였던 3D 상영관을 올해 30개로 늘릴 계획이다.

○ 거실이 변한다

3D TV 시장도 열렸다.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 3D TV 시장 규모는 올해 11억 달러에서 2015년 158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업체들이 이 변화에 먼저 대응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3D 위성방송을 시작했고 3D 영화촬영 카메라 및 방송 카메라 등 관련 기술에서도 앞서 있다.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한국 업체들에 빼앗긴 TV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한국 업체들의 대응도 민첩하다. 국내 업체는 기술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3D TV의 품질을 좌우하는 건 ‘밝기’와 ‘주파수’다. 3D TV를 보기 위해 안경을 쓰면 화면 밝기가 떨어진다. 또 주파수가 높아야 눈이 덜 피로하다. 화면이 밝고 주파수가 높은 제품이 바로 국내 업체들이 앞서 있는 발광다이오드(LED) TV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LED TV 기술로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 눈앞이 변한다

극장과 거실에 이어 3D는 사람들의 ‘눈앞’도 변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시작은 노트북컴퓨터다. 대만의 컴퓨터업체 아수스는 지난해 말 3D 입체안경을 쓰고 사용하는 노트북컴퓨터를 선보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레지던트 이블’ 등의 비디오 게임에 입체감을 주는 제품이다.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인 엔비디아는 3D 안경과 3D 그래픽카드 등을 세트로 묶은 ‘3D 비전’이란 제품을 판매한다. 이를 기존의 데스크톱 컴퓨터에 설치하면 컴퓨터로도 3D 입체 영상을 즐길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 관악구 신림동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 PC방 두 곳에 관련 제품이 설치됐다.

소니는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를 3D로 만들 계획이다. 이미 자동차 경주게임인 ‘와이프아웃’ 등이 3D로 제작됐고 조만간 소니의 3D TV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3D 게임의 종류도 늘릴 예정이다. 3D 휴대전화도 나왔다. 일본의 히타치는 별도의 안경 없이 휴대전화에서 3D 입체영상을 볼 수 있는 ‘우(WOOO)’라는 이름의 휴대전화를 지난해 선보인 바 있다.

○ 남아 있는 과제

하지만 3D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기존 TV보다 가격이 비싸다. 3D TV 본체 가격은 같은 크기의 일반 TV보다 200달러 정도 비싸지만 3D 안경은 개당 100달러가 넘는다. 4인 가족이 안경을 하나씩 사면 일반 TV보다 600달러나 더 비싼 셈이다. 또 좌우 눈에 다른 신호를 보내기 때문에 개인차에 따라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문제다.

아직 정해진 기술 표준이 없어 표준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먼저 3D 방송 등을 시작하는 국가가 향후 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쉽다.

LG전자 권희원 부사장은 “화면의 깊이나 주파수 등 여러 기술이 표준으로 정해져야 한다”며 “한국이 빨리 표준을 정하면 세계 표준이 정해질 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김연상 인턴기자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콘텐츠 무한진화
영화-애니 넘어 스포츠중계까지 급성장




최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3차원(3D) 영화 ‘아바타’의 국내 누적 관객 수는 13일 기준 845만5231명으로 ‘디 워’와 ‘국가대표’를 제치고 역대 흥행 순위 6위에 올랐다. 국내 수입 외화 사상 최초 1000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아바타’가 일으킨 3D 열풍은 이후 다양한 콘텐츠의 ‘3D화’로 진화할 태세다. 영화는 물론 스포츠 중계, 성인물도 올해 3D 제작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2002년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 ‘아름다운 우리’(제작비 200억 원)를,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이 해외 합작으로 만드는 재난영화 ‘제7광구’(제작비 100억 원)를 3D로 각각 제작할 예정이다. 3D 영화는 제작비가 많이 들지만 수익성도 높다.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한 애니메이션 ‘몬스터 대 에이리언’은 극장 매출의 55%를, 공포영화 ‘블러디 발렌타인’은 80%를 3D 상영으로 거뒀다. 올해 개봉할 할리우드 3D 영화는 ‘토이스토리3’ 등 20개가 넘는다.

방송업계도 3D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는 이달 1일부터 3D 프로그램 전문채널인 ‘스카이3D’를 하루 2시간씩 방송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3D 콘텐츠 개발에 3년간 3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D TV 실험방송 추진단을 설립했으며, KBS는 올해 대형공연과 스포츠 프로그램 등의 3D 영상 파일럿 프로그램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의 스포츠 채널 ESPN은 6월 출범하는 3D 채널 ‘ESPN 3D’를 통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경기를 3D로 중계할 계획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VN 성인연예·오락박람회’에서는 ‘3D TV용 포르노’가 눈길을 끌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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