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과 바로 이웃한 대전 이응노미술관에서도 뜻 깊은 전시가 열리고 있다. 3월 31일까지 계속되는 ‘NON-PAINTING’전. 현대미술의 거장 고암 이응노(1904∼1989·사진)의 20주기 특별전으로 1960∼80년대 제작한 콜라주와 태피스트리 등 35점을 만날 수 있다. 대전시가 프랑스 고블랭 국립 태피스트리 제작소에 의뢰해 새로 제작한 태피스트리 2점도 처음 선보인다.
1958년 프랑스로 건너간 고암은 물감이 없어 버려진 잡지를 이용해 콜라주를 선보인다. 서구 조형어법을 수용하면서도 한지라는 재료의 고유성을 살려낸 독창적 작업이다. 전시장에는 한지 콜라주와 더불어 한자와 한글의 자모와 획을 이용해 자연과 인간을 담아낸 ‘문자추상’을 담은 태피스트리를 볼 수 있다.
동양 서예의 정신과 서구의 조형적 형식미를 결합한 고암의 문자추상은 ‘민족성과 세계성, 전통성과 현대성,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원적 가치를 한 화면에 담아낸 작업’으로 높이 평가받는다. 선에서 면의 형태로, 무채색에서 청색 주홍색 적색 등 다양한 색채로 변하는 문자추상의 흐름을 확인할 기회다.
이미정 관장은 “고암은 회화, 세라믹, 조각, 태피스트리, 암각화 등 건드리지 않은 분야가 없다”며 “동서양을 뛰어넘어 한국미술의 새 지평을 열었던 작가”라고 말했다. 042-602-3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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