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들은 오랜 시간 동안 토슈즈를 신고 춤을 추는데, 특별한 발 관리 비법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지은·23·서울 성북구 돈암동)
발레리나들에게 발은 컨디션 관리와 부상 방지의 출발점입니다. 딱딱한 토슈즈를 신고 공연을 하거나 오랫동안 연습을 하고 나면 방바닥을 디디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라고 합니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강예나 씨는 연습을 위해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지압봉을 꺼내듭니다. 지압봉으로 발바닥을 충분히 마사지해준 뒤에 발가락 하나하나를 손으로 만져 풀어주죠. 강 씨는 "발이 피곤하면 종아리가 뭉치고, 점점 피로가 위쪽으로 타고 올라오기 때문에 발 관리에 특히 신경을 쓴다"고 말했습니다. 국립발레단은 전담 트레이너를 두어 수시로 마사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사지가 끝나면 다음 단계는 '토슈즈 신기'입니다. 실리콘 패드를 발가락 사이사이에 끼우고 밴드를 감은 뒤 발가락 전체를 감싸는 초승달 모양의 거즈를 댑니다. 이렇게 하면 발가락 사이에 땀이 차 짓무르는 것을 막을 수 있죠. 때로는 미끌미끌한 투명 테이프를 발가락에 감기도 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발레리나 강수진 씨가 발과 토슈즈 사이에 '생고기'를 댔다는 얘기가 화제가 됐는데 요즘은 생살 느낌과 비슷한 반창고나 실리콘 패드가 나오기 때문에 고기를 사용하는 발레리나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국립발레단 연습실의 냉장고에는 늘 물을 담아 얼린 종이컵이 갖춰져 있습니다. 연습 중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에 대고 열을 식히기 위해서죠. 특히 종이컵의 동그란 모양은 발 모양에 안성맞춤이죠. 후배 단원들의 중요한 하루 일과 중 하나가 이 종이컵 얼리기입니다. 발 모양에 따라 관리법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인 김주원 씨는 정기적으로 발 각질관리를 받아서 굳은살을 제거합니다. 하지만 강예나 씨는 발가락 사이에 살이 없고 발가락이 길어 각질관리를 하거나 발톱 모양을 내면 발톱이 꼭 부러진다고 합니다. 몸에 열이 많이 나고 땀이 잘 나는 무용수의 경우 발을 시원하고 보송하게 해주는 풋 스프레이도 꼭 챙겨야 하죠. 평소 생활 속 발 관리도 중요합니다. 발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잘 때도 수면양말을 신고 연습 때는 워머를 꼭 신는다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부터 '발조심'을 하는 무용수도 많습니다. 이불 속에서 발목을 돌려 근육을 풀어준 뒤 조심스럽게 바닥을 디디죠. 섣불리 발을 디뎠다가 근육에 무리가 가면 연습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습이 많을 때는 일상화도 쿠션이 있는 운동화나 낮은 굽이 있는 구두를 선호합니다. 플랫슈즈나 하이힐처럼 딱딱하고 쿠션이 없는 신발은 발이 부딪힐 때마다 아프기 때문이랍니다.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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