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오직/바라는 대로/마음먹은 대로’, ‘원더걸스=원하는 만큼/더도 말고/걸맞게/스스로 마시자’. 지난해 말과 올해 초 각종 모임에서 이 같은 재미있는 건배사들이 넘쳐났습니다. 2, 3년 전부터 ‘3행시 건배사’가 유행했습니다. ‘사우나=사랑과/우정을/나누자’, ‘개나리=계급장 떼고/나이도 잊고/릴랙스 합시다’, ‘성행위=성공과/행복을/위하여’ 등입니다. 처음엔 재미있어도 여러 모임에서 비슷한 건배사를 반복해서 듣게 되면 식상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럴 때 주옥같은 건배사를 던진 사람은 멋지게 보일 뿐만 아니라 모임의 분위기를 살리는 감초 역할을 합니다.
3행시 건배사가 유행하기 한참 전부터 모임에서 3행시로 건배사를 하던 고교 대선배가 있습니다. 그는 칠순을 앞둔 나이지만 술자리에서만큼은 ‘최신 유행’을 선도했습니다. 사실 지금 유행하는 대부분의 건배사들을 그 선배가 몇 년 전 만들었던 것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지난 연말 모임에선 전혀 다른 분위기의 건배사를 들고 나왔습니다.
두 달 전 가천길재단과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가 일본 성누가국제 병원의 히노하라 시게아키 이사장을 초청해 강연을 연 적이 있었는데, 이 때 히노하라 이사장을 직접 만나서 들은 얘기라고 합니다. 히노하라 교수는 올해 100세로 아직도 직접 진료를 하는 등 ‘100세 현역 의사’로 유명합니다.
선배는 “히노하라 이사장이 100세까지 정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비결이 많은 언론에 소개됐지만 빠진 것이 있다”며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는 ‘3 it’이 그것이다”고 건배사의 배경 설명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무엇이든 일을 하라(Do it)’입니다. 죽을 때까지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베풀어라(Give it)’입니다. 지나친 욕심을 부리면서 움켜쥐고 있다가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피로만 쌓인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가 ‘배워라(Learn it)’입니다. 왕성한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끊임없이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이 같은 배경 설명을 한 뒤 그 선배가 “Do it, Give it”이라고 외치면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Learn it”이라고 화답하면서 건배를 했습니다.
모임이 끝난 뒤 선배에게 물어보니 ‘3 it’ 가운데 히노하라 이사장이 가장 강조한 것은 ‘Give it’ 이라는데 이날 참석자들에게 ‘Learn it’을 외치도록 한 것은 건배사 하나라도 배워가라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기억에 남을 자신만의 건배사 하나씩 준비해 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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