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821>君子는 矜而不爭하고 群而不黨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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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7일 03시 00분


군자는 자긍심을 지녀 謹嚴(근엄)하고 莊重(장중)하되 남과 調和(조화)한다. 자존심을 내세워 남과 싸우지 않으며 남에게 아첨해 偏黨(편당)을 짓지 않는다. ‘논어’ ‘衛靈公(위령공)’의 이 章에서 공자는 군자의 인간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矜은 몸가짐을 莊重하게 지니는 일, 爭은 남과 싸워 자기를 높이려는 일, 群은 남과 마음으로 모이는 일, 黨은 권력자와 가까이 지내 무리 짓는 일을 뜻한다. 而는 역접의 접속사다.

이 章에 따르면 군자는 莊重하되 和平의 기운을 잃지 않으므로 남과 괜스레 다투지 않는다. 또 군자는 남과 어울려 무리를 짓되 권력에 빌붙으려는 사사로운 정을 지니지 않으므로 같은 무리끼리 黨派(당파)를 이루지 않는다. 군자가 긍지를 갖되 다투지 않는다고 한 것은 ‘子路(자로)’에서 ‘君子는 泰而不驕(태이불교)하고 小人은 驕而不泰니라’고 말한 것과 뜻이 통한다. 곧, 공자는 ‘군자는 여유 있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되 여유가 없다’고 했다. 또 군자가 편당하지 않는다고 한 것은 같은 ‘子路’에서 ‘君子는 和而不同하고 小人은 同而不和이니라’라고 말한 것과 뜻이 통한다. 즉, 공자는 ‘군자는 화합하면서도 부화뇌동하지 않지만 소인은 부화뇌동만 할 뿐 화합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泰와 驕, 和와 同, 矜과 爭, 群과 黨은 군자와 소인이 分立하는 경계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그 둘이 늘 혼재되어 있다. 옛사람은 오곡 싹 사이에 가라지가 섞여 있듯이 하여 둘 사이의 같은 점과 다른 점, 옳은 점과 잘못된 점을 금방 알기 어렵다고 했다. 그렇지만 둘을 정밀하게 살펴보면 검은색과 흰색의 차이처럼 뚜렷하므로 얼른 구별해내지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과연 군자와 소인을 구별할 안목을 지니고 있는가?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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