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 오브 뮤직’은 뮤지컬(1959년 초연)과 영화(1965년)로 선보인 세계적인 작품이다. 익숙한 줄거리와 서정적인 음악은 좋은 ‘가족발레’로 자리 잡을 만한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서울 노원문화예술회관이 기획 제작해 지난달 29∼31일 선보인 이원국발레단의 창작 발레 ‘사운드 오브 뮤직’(지우영 안무·김효 연출)은 원작의 매력을 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발레 공연인데도 춤이 모자랐다.
트랩 가문의 일곱 남매가 무대 전면에 나서면서 안무의 상당 부분은 아역이 출 수 있는 단순한 동작으로만 꾸며졌다. 군무에서도 호흡이 맞지 않아 크고 작은 실수가 이어졌다. 주역인 트랩 대령(이원국)과 마리아(김순정)는 조연인 트랩 대령의 약혼녀 슈레더(이한나)나 첫째 딸 리즐(이산하)보다 춤을 추는 비중이 적었다.
1막 5장 파티 장면을 예로 들면 이 장면의 절정은 마리아가 트랩 대령에게 사랑을 느끼고 수녀원으로 도망치는 부분. 그러나 두 주역이 원작의 안무 그대로 왈츠를 추다 마리아가 얼굴을 감싸며 무대에서 퇴장하는 것으로 짧게 처리됐다. 이후 극의 전개와 거리가 있는 실연당한 슈레더의 독무가 5장 후반부를 차지했다.
지나치게 직설적인 표현도 거슬렸다. 전쟁 장면에서는 전쟁 영상을, 트랩 대령이 꿈에서 유대인의 고통을 보는 장면에서는 유대인 역을 맡은 무용수들이 땅을 뒹구는 모습 뒤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영상을 보여줬다. 그 메시지는 짐작이 가지만 좀 더 상징적인 춤으로 표현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노원문화예술회관 측은 이번에 70%를 웃도는 유료 관객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만큼 대중적인 작품에 관객들이 호응을 보냈다는 뜻이다. 최진용 노원문화예술회관장은 지난달 31일 오후 공연이 끝난 뒤 “몇 개월 더 다듬었으면 좋았겠지만 이번은 일단 시연 개념”이라고 말했다. 원작의 지명도에 걸맞게 안무와 연출이 달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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